경상도 집마다 전해진 갱시기 국밥 레시피
명절이 지나면 늘 애매한 것들이 남는다.
비어가는 냉장고 한 칸, 비닐봉지에 담긴 떡국떡, 그리고 식은 밥 한 공기.
그걸 버리기는 아깝고, 다시 떡국을 끓이기엔 마음이 동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경상도에서 오래도록 끓여 먹던 ‘갱시기’다.
거창한 재료도 필요 없다.
묵은김치 한 컵, 밥 한 공기, 그리고 남은 떡국떡이면 충분하다.
갱시기는 밥을 다시 끓여 먹는 음식이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국이나 찌개 대신 냄비 하나로 끼니를 해결할 때 자주 만들었다. 조리를 시작하기 전, 떡국떡 150g은 물에 10분 정도 미리 담가두어야 한다. 그대로 넣으면 익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불린 떡은 국물 속에서 빠르게 익으며 밥과 섞였을 때 씹는 맛도 좋아진다.
갱시기의 시작은 김치다.
잘 익은 묵은김치를 잘게 썰어 참기름에 먼저 볶는다.
다진 마늘을 넣으면 향이 먼저 피어오른다.
김치를 바로 물에 끓이지 않고, 기름에 한 번 숨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 국물이 퍼지지 않고 또렷해진다.
볶아진 김치에 물을 자작하게 붓고 끓이면,
부엌 안에는 묘하게 마음을 놓이게 하는 냄새가 돈다.
미리 10분 정도 불려 둔 떡국떡을 넣는다.
그냥 넣으면 오래 끓여야 하지만, 불린 떡은 국물 속에서 금세 부드러워진다.
밥은 한 공기만 넣는다.
많이 넣으면 죽처럼 퍼져버린다.
갱시기는 국도 아니고 죽도 아닌, 그 중간쯤의 질감이 어울린다.
마지막으로 콩나물을 한 줌이 아니라 넉넉히 넣는다.
뚜껑은 닫지 않는다.
김이 빠져나가야 콩나물 특유의 향이 남지 않는다.
이 순간이 갱시기의 핵심이다.
고춧가루로 색을 더하고, 간은 소금으로만 맞춘다.
간장은 넣지 않는 편이 좋다. 국물이 탁해지기 때문이다.
불을 끄기 직전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는다.
후추를 한 번 털어 넣으면 김치와 참기름 향이 정리된다.
계란을 풀어 넣으면 조금 더 포근해진다.
갱시기는 일부러 장을 봐서 만드는 음식이 아니다.
남은 재료가 모여 한 끼가 되는 음식이다.
식은 밥도, 떡국떡도, 묵은김치도 이 냄비 안에서는 제 몫을 다한다.
찬바람 부는 날,
냄비 하나 올려두면 마음도 같이 끓는다.
■ 요리 재료
떡국떡 150g, 묵은김치 1컵, 김칫국물 약간, 밥 1공기, 콩나물 220g
대파 1대, 청양고추 2개, 홍고추 1개,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고춧가루 0.3큰술, 소금 약간, 후추 약간, 계란 1개(선택)
■ 만드는 순서
1. 떡국떡 150g을 물에 담가 10분 정도 불린다.
2. 냄비에 참기름 1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 1큰술을 볶는다.
3. 잘게 썬 묵은김치와 김칫국물을 조금 넣어 함께 볶는다.
4. 물을 자작하게 붓고 김치가 부드러워질 때까지 끓인다.
5. 불린 떡국떡과 밥 1공기를 넣는다.
6. 콩나물 220g을 넣고 뚜껑을 열어 끓인다.
7. 고춧가루 0.3큰술을 넣고 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맞춘다.
8. 대파와 고추를 넣고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9. 계란은 취향에 따라 넣어 살짝 익힌다.
■ 오늘의 레시피 팁
- 김치는 반드시 기름에 먼저 볶아야 맛이 겉돌지 않는다.
- 콩나물은 넣은 뒤 뚜껑을 열고 끓여야 잡내가 없다.
- 밥은 한 공기 이상 넣지 않아야 죽처럼 퍼지지 않는다.
- 간장은 쓰지 않고 소금으로 마무리해야 국물이 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