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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과 같은 역할? 부담이자 영광이죠

뮤지컬 '맥베스' 배우 허도영

by 위키더뮤지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맥베스’가 오는 1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합니다.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왕위 쟁탈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과 파멸을 섬세하게 다룬 작품으로, 초연 당시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공연 막바지 4회차 공연 매진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1년 만에 돌아온 이번 재연에선 새로운 맥베스로 배우 허도영이 합류했는데요. ‘작은 아씨들’, ‘광화문 연가’, ‘밀사’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그는 이번 작품에서 불안에 휩싸인 왕의 연기를 섬세하게 그려나갈 예정입니다. 개막을 앞두고 한창 연습 중인 허도영 배우와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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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1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맥베스’는 기존 원작과 다른 설정으로 주목을 받았었는데요. 어떤 점들이 원작과 다른가요?


허도영 :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세 마녀(‘맥베스가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원작과 달리 저희 작품에서는 세 환영이 등장한다는 점이에요. 초자연적인 존재에서 맥베스 본연의 욕망을 표현하는 캐릭터로 변화를 준 거죠. 돌아가신 아버지, 전쟁 중 사망한 아들, 과거의 저(맥베스) 자신, 이렇게 세 인물을 상징하는데요. 타인이 아닌 과거의 기억과 경험들이 얽힌 존재이다 보니 배우로서 조금 더 설득되는 지점이 커요. 또 작품을 보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릴 순 없지만, 원작과는 다른 반전의 요소들이 있거든요.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다르게 흘러갈지 지켜보시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Q. 지난 시즌과 달라진 점들도 꽤 있다고 들었어요.


허도영 : 일단 창작진 분들이 달라지다 보니 큰 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안의 색들이 좀 달라졌어요. 이번 시즌에는 ‘견고딕걸’, ‘틴에이지 딕’ 등의 작품을 하셨던 신재훈 연출님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대본은 그대로지만 맥베스의 감정을 관객들이 더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었달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안무적인 요소가 많이 달라졌어요.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의 안무 코치로 활약하신 유회웅 안무감독님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안무의 구성 덕분에 이야기의 집중도가 확 생기더라고요. 오프닝 장면부터 아마 다들 느끼실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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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뮤지컬로 만든 맥베스는 흔하진 않잖아요. 많은 분들이 음악이 어떻게 활용될지도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허도영 : 아무래도 원작이 희곡이고 대부분 연극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낯설게 생각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음악 덕분에 사건이 더 드라마틱해지고 감정이 풍부해졌다고 느껴요. 배우로서 연기에 집중하기에도 더 좋은 것 같고요.


음악의 분위기에 대해서 설명 드리자면 기본적으로 비극이다 보니 어두운 분위기의 곡들이 많지만,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활용되거든요. 왈츠, 발라드, 행진곡, 대관식 찬가 등 여러 장르들이 활용된 작품 속 넘버들을 만나시다 보면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한 셰익스피어 작품의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Q. 지난 여름 황정민 배우가 출연한 연극 ‘맥베스’가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죠. 도영 씨는 어릴 적 황정민 배우를 보면서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들었는데 같은 인물을 연기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허도영 : 맞아요. 학창 시절 영화 ‘너는 내 운명’의 메이킹 필름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된 적이 있어요. 그때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황정민 선배님이 혼자 열연을 하고 계시는 데 뭔가 마음에서 끓어오르는 게 생기더라고요. 저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 같아요. 같은 해에 같은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영광스럽기도 하고요. 아쉽게 티켓팅에 실패해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영상으로 엄청나게 찾아봤었거든요. 짧은 영상이지만 어떤 호흡으로 캐릭터에 접근하셨는지 참고도 많이 했고요. 이번 기회를 통해 배우로서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도영 씨가 해석한 맥베스는 어떤 인물인가요?


허도영 : 맥베스가 가진 이면의 모습들이 있잖아요. 강인함도 있지만, 그 안에 생각도 많고요. 어찌 보면 우유부단한 면들도 있고요. 불안함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면의 흐름을 중점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속에 있던 욕망과 불안이 주체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흐르게 되는 과정을 관객들이 잘 느끼실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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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특히 뮤지컬 ‘맥베스’는 맥버니(원작의 레이디 맥베스)의 존재감이 상당하잖아요. 왕위를 탐하는 맥베스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맥버니의 욕망이 투영된 걸로 보일 수도 있는데요. 도영 씨는 맥베스의 욕망을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허도영 : 저희 작품을 분석하면서 중요하게 고민하는 지점 중 하나였어요. 제가 생각하는 맥베스는 기본적으로 마음 한쪽에 자리 잡은 욕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마음속 욕망의 불씨에 맥버니가 휘발유를 부어버린 거죠. 사실 맥베스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큰 사람이거든요. 아들의 죽음도 본인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고요.


Q. 맥베니와 맥베스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네요.


허도영 : 관계의 베이스는 당연히 사랑이죠. 사랑을 기반으로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미안함이란 감정도 생기는 거고요. 욕망도 마찬가지고요. 저희 작품 장면 중에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키스를 격정적으로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 장면이 서로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만큼 두 사람은 불안한 상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있는 관계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Q. 그럼 맥베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허도영 : 맥베스에겐 보상 심리의 마음이 컸던 거 같아요. 그가 영악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며 살아온 인생이잖아요. 주변에서의 분위기도 그렇고, 본인 자신도 당연히 왕이 될 거란 마음속의 확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 확신이 깨지는 순간 모든 걸 바쳤던 자신의 인생 전체가 실패 혹은 부정 당했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젠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또 무엇보다 맥버니가 원하는 것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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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셰익스피어 작품에 얽힌 학창 시절의 추억은 없었나요?


허도영 : 연극영화과 다니던 학창 시절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 했었죠.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십이야’였어요. 당시에 집사 말볼리오를 맡았었는데, 그때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을 발견했던 기억이 나요. 모든 걸 내려놓고 코믹 호흡을 제대로 표현해 본 작품이었거든요. 반응도 좋았고요. 공연이 끝나고 교수님께서 저를 따로 부르셔서 “도영아, 너 배우 되겠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그때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을 가졌던 기억이 나요.


Q. 배우 허도영으로서 가지고 있는 욕망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허도영 : 배우마다 가지고 있는 좋은 능력들을 흡수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저는 어떤 인물을 맡게 되면 이 역할을 어떤 배우가 하면 잘 어울릴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그 배우가 가진 장점들을 재료 삼아 제 색깔로 표현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가 저한테는 좋은 참고서가 되더라고요. 결국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저의 욕망이겠네요. (웃음)


Q. 마지막으로 이 작품 관람을 고민하고 계신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허도영 : 일단 너무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12세 이상 관람가니까 다양한 연령층이 공감하면서 볼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해요. 혹시 초연을 보셨던 분들은 달라진 부분들을 보며 새로움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이번 공연을 통해 저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는 연기를 선보일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 공연전문인터뷰어 이우진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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