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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Jul 15. 2016

'우울할 때 보면 우울해지는' 다자이 오사무 문학 구절

다자이 오사무(だざいおさむ·1909~1948)는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일본 소설가다. 대표작으로는 '인간실격', '사양', '여학생' 등이 있다. 


  

다자이 오사무 / 위키피디아


 

그의 작품은 인간의 내면 심리 묘사와 문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는 달리 다소 난해하고 암울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로 읽다 보면 우울해지는 구절들이 많다. (우울할 때 보면 더 우울해질 수도) 


예로 '인간실격'은 주인공 '요조' 좌절기를 그렸다. 그는 인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해 가며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한다. 결국 마약에 중독하고 거듭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읽다 보면 우울해지는, 다자이 오사무 작품 구절을 모아봤다. 대표작 '인간실격', '사양', '여학생', '잔혹한 계절, 청춘' 등에 있는 내용을 발췌했다. 



1.


  

이하 pixabay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2.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3.


  

 

아아, 인간은 서로를 전혀 모릅니다. 완전히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평생 믿고 지내다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상대방이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는 건 아닐까요.



4.




이상한 건 서로 속이면서도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고, 또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인간의 삶에는 그야말로 멋지고 깨끗하고 밝고 명랑한 불신이 넘쳐난다는 것입니다. 내게는 서로 속이면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또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자신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5. 


      

 

우리의 고통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 이제 곧 어른이 되면 우리의 괴로움과 외로움은 우스운 거였다고 아무렇지 않게 추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완전히 어른이 되기까지의 그 길고 짜증 나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6.


  

 

더위를 식히러 나온 사람들이 멍청한 표정으로 줄지어 지나다니고 있었는데, 피로하고 고달픈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 마치 세계의 종말을 연상시켰다. 



7.


  

 

나는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고 미쳤고, 결국 아무도 모르게 나았다. 



8.


  

 

죽으려고 생각했다. 올해 설날, 옷감을 한필 받았다. 새해 선물이었다. 천은 삼베였다. 쥐색 줄무늬가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여름에 입는 거겠지. 여름까지 살아있자고 생각했다. 



9.


  

 

내가 정말로 괴로워서 무심코 신음하였을 때, 사람들은 나를, 괴로운 척하고 있다고 수군거렸다.



10.


      

 

지나간 일은 모든 게 그립다. 



11.


  

 


사랑이라고 쓰고 나니 다음엔 아무것도 못 쓰겠다. 



12.


 


너무나 괴로워서 울고 싶었지만 울 수가 없었다.



13.


  

 

행복은 하룻밤 늦게 온다. 멍하니 그런 말을 떠올렸다. 행복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집을 뛰쳐나갔는데, 이튿날 행복을 알려주는 기분 좋은 소식이 버리고 나간 집에 찾아온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14.


  

 

이것이 단지 계절 탓이라면 좋겠지만 나는 요즘 이런 생활이 정말 견딜 수가 없다. 



15.




"세상은 알 수 없어"

"난 모르겠어. 아는 사람이 있을까? 언제까지나 모두 어린애야" 



16.


  

 

결국 시간도 많고 생활에 어려움도 없이 살면서 매일 보고 들은 수백수천 가지 감수성을 처리할 재간이 없어서 그저 멍하니 있는 사이에 그것들이 도깨비 같은 얼굴을 하고 수면 위로 하나씩 떠오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17.


  

 

청춘이란 끝난 후에 깨달은 것과 같은, 

누구에게 있어서도 멍청한 피에로 같은 시기임이 틀림없다.

우습고 즐겁고 참담하고 가난하고 그리고 슬프다.



18.


  

 

"생활이랑 무엇입니까?"

"쓸쓸함을 견디는 것입니다" 



19.


  

 

인생이란, 나는 확신을 가지고 이것만은 말할 수 있는데, 괴로운 것이다. 태어난 것이 불행의 시작이다. 그저 남과 다투는 것이며 그 사이사이에 우리는 무언가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20.


  

 

어차피 탄로날일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이 평화를 길게 유지하고 싶어서 나는 열심히 그때뿐인 거짓말을 했다. 나는 언제나 그랬다. 그러다가 궁지에 몰리면 죽음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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