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액은 ‘의약품의 쌀과 라면’으로 통할 만큼 필수 의약품이다.
6.25 전장에서 수많은 목숨을 구한 ‘수혈’
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가장 중요했던 수혈. 제1차 세계대전 때는 항응고 보존제를 이용한 수혈이 이뤄졌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환자의 침상 옆에서 직접 혈액을 채혈해 수혈해주는 직접 수혈 방법이 있었다.
6.25 전쟁 중 미군을 통해 수혈 방법을 배운 한국 군의관들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는 민간보다 군에 먼저 수혈이 도입됐다. 이처럼 새로운 치료법은 종종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군의관들의 손끝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수혈만큼이나 중요한 링거,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수혈만큼이나 군인과 우리에게 필수적인 의약품, 바로 링거다. 영국의 외과의사 시드니 링거가 1882년 신체조직, 특히 심장근육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여러 종류의 이온들이 적당한 비율로 담겨있는 용액을 투여할 때 신체 기능을 활발하게 유지하고 혈액의 대용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내 링거액을 개발하였다.
링거는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하거나, 입으로 섭취하는 음식물의 양이 아주 적을 때 필요한 체액과 전해질•열량을 보충함으로써 회복을 돕고 정상적 생리상태를 유지하는 데 유용하다. 생리식염수, 수액으로 불리기도 하는 링거액은 ‘의약품의 쌀과 라면’으로 통할 만큼 가장 기초적인 필수 의약품이다.
특히 링거는 질병의 치료가 아니더라도 바쁜 일상에서 몸살, 감기, 장염 등 기운이 빠질 때, 심지어 과음으로 ‘술병’이 났을 때도 빠르게 몸의 회복을 도와준다.
하지만 링거를 병/의원이 아닌 곳에서 맞는 것은 불법이다. 반드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고 의료시설 내에서만 의료인을 통해 처치를 받아야 한다. 고통스럽게 바늘에 수 차례 찔려야 하기도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러한 단점은 링거가 꼭 필요한 군부대에서 치명적이다. 링거는 혹한기, 혹서기 훈련 등 종종 탈진 환자가 발생하는 군부대에서 꼭 필요한 의약품이지만 한정된 군의관 수와 급박하게 벌어지는 상황에 모두 링거를 투입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링거의 반가운 진화, 이젠 언제 어디서나 마실 수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 바늘을 꼽지 않고도 링거를 원할 때 섭취할 수는 없을까?’
이러한 가운데 육군 특전사 군의관들이 ‘마시는 링거’를 개발했다고 한다. 건장한 특전사 대원들이 400km나 되는 거리를 9박10일 간 행군하는 ‘천리행군’에서 대거 탈진하면서, 의료인 외에 주사를 놓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마시는 링거’에 대해 고민했다.
훈련소에서 만난 3인의 동료와 함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다. 미 육군의 협조를 얻어 1950년대부터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자료라면 모두 조사했다. 잦은 체혈로 팔에 피멍이 드는 노력 끝에 체액과 에너지를 신속히 보충할 수 있는 독자적인 조합과 조성비의 ‘마시는 링거’를 개발해냈다.
상큼한 레몬에이드 맛이 나는 ‘링티’는 그렇게 탄생했다. 병원에 가지 않아도, 몸에 바늘을 꼽지 않아도 가볍고 빠르게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
준비 10초, 섭취 30초. ‘링티’를 마시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길게는 2시간까지 소요되는 일반 링거에 비해 신속하고, 저렴하다. 값은 1포 당 3,000원. 카페인, 색소를 전혀 첨가하지 않아 안전하다. 생리식염수를 주사했을 때와 비교해 체액보충효과가 동일하다는 실험 결과가 그 효과를 입증한다.
자도 자도, 쉬어도 쉬어도 피곤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했던 제품이다.
작년 11월 코엑스에서 열린 ‘벤처 창업 페스티벌’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링티’를 시음하고 “의약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특허문제 등 문제점은 없었느냐”, “이 같은 연구 성과가 창업지원으로 뒷받침 되고 있느냐”며 관심을 나타냈다.
‘링거워터’는 의사의 소신과 양심을 지키며 ‘소비자 중심 약(User Centric Medicine)’을 개발하고 판매한다는 비전을 세웠다. 군부대와 소방서 후원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세 차례에 걸쳐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해군 제 1함대 사령부에 ‘링티’를 총 15,000포(4,500만 원 상당) 기증한 ‘링거워터’는 앞으로 도서지방, 최전방 군 부대와 소방서에도 후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링거워터’는 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피곤하지 않을 권리’를 누리게 하는 게 목표다. 올해 말에는 중국 유통도 시작하며 최근 미국 FDA OTC 등록을 마치며 미국 수출도 준비 중이다. FDA OTC 등록을 통해 향후 수출 시 미국에서 처방전 없이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다.
그야말로 링거의 반가운 진화다. 가방 안에만 있어도 든든할 것 같은 ‘링티’는 현재 온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조만간 마트와 편의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