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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키트리 WIKITREE Nov 25. 2020

환자들에게 큰 희망, 유방암 완치율 높이는 표적치료제

표적치료제 '퍼투주맙' 통해 완치의 희망 꿈꾸는 환자들

유방암 환자 김지영 씨(여, 55세, 가명)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으로 불린다. 유방암을 발견한 지난 2019년 초, 수술과 선항암을 고민하던 중 표적치료제인 ‘퍼투주맙(제품명 퍼제타)’이 선별급여 적용됐기 때문이다. 


선별급여란 건강보험 급여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있는 경우, 환자가 치료비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되는 제도다.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어떤 치료제도 완치를 보장해 주지는 못하지만,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지영 씨에게는 희망이었다. 선항암은 다행히 효과를 보여 6회차 투여 후 병리학적 완전 관해, 즉 암세포가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됐다. 커뮤니티에서 봤던 힘든 투병기에 비하면 큰 부작용도 없었다.


유방암 환자들에게 ‘치료 접근성’이란 생존과 직결된 절실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통해 환자의 부담을 줄여줘 누구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제도 바깥의 비보험 영역에 있을 경우, 아무리 꼭 필요한 치료라도 접근성이 떨어져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하 셔터스톡


김 씨가 선항암으로 퍼투주맙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2019년부터 해당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덕분이었다. 이전까지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표적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 외 퍼투주맙을 병용하려면 환자가 모든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퍼투주맙이 건강보험에 적용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유방암 환자들이 두 개의 표적치료제를 쓰고 싶어 했던 이유는 바로 재발의 위험을 가장 낮출 수 있는 치료 방법이기 때문이다. 유방암 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재발’과 ‘전이’다. 특히 유방암은 다른 암보다 생존율이 높다. 유방암의 질환 특성으로 인해 완치가 됐다고 생각하고 살다가도 5년 후, 10년 후 재발하는 사례도 많다.  



김 씨 역시 55세에 유방암을 발견했기 때문에, 여성의 기대수명이 85세인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30년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살아야 한다. 다행히도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해 완치 가능성이 높았지만, 재발했을 때 또다시 그런 행운이 따르리라는 보장은 없다. 따라서 환자들은 완치의 확률이 낮더라도 항암 치료에 많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실제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연구 결과를 보면 수술 전 항암 치료 단계에서 표적 치료제 퍼투주맙과 트라스투주맙 두 가지 모두 사용한 환자들이 트라스투주맙으로만 치료한 환자들보다 재발 및 사망 위험이 31% 낮았다.


그러나 유방암 환자들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두 가지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경우 완치의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완치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선항암과 수술을 통해 병리학적 완전 관해 된 환자 중에서도 약 15%는 재발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김 씨는 수술 후에도 두 표적치료제를 함께 쓰기로 결정했다. 선항암에서 이미 퍼투주맙이 잘 맞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도 트라스투주맙, 퍼투주맙을 함께 치료했을 때 재발 위험이 더 감소할 것이라는 주치의의 설명을 듣고 포기할 수 없었다. 관련 임상연구에서도 수술 후 병용 요법으로 치료한 환자의 재발 위험이 24% 더 낮게 나타났다.


그러나 선항암과 달리 수술 후 퍼투주맙은 비급여로, 치료를 받고자 한다면 환자가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 김 씨는 다행히 가족들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유방암 환자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눈앞에 보이는 완치로 향하는 길에서 딱 한 걸음을 더 내디딜 수 없는 환자들에게 이는 희망고문과 다름없다.


유방암 환자인 김 씨에게는 꿈이 있다. 대학생인 딸아이가 서른이 되고 자신이 환갑이 되는 해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가는 것이다. 처음 유방암 선고를 받았을 때 오랜 약속을 본인의 잘못으로 포기해야 한다는 자책감에 힘겨웠지만, 이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이는 수술 전부터 수술, 그리고 이후 치료에 이르기까지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받았다는 믿음 덕분이었다. 완치 후 딸과의 여행을 꿈꾸는 김 씨. 그는 오늘도 재발과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유방암 환자들이 편안하고 좋은 치료를 받아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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