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성인이 되어 엄마 품을 벗어났다. 바쁘게 살며 엄마 생각을 눈곱만큼도 안 하다가도, 문득 고달픈 사회생활에 엄마 생각이 절실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나 필요할 때만 엄마를 찾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일에 치여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오랫동안 전화하지 못했다. 그러다 문득 외롭고 힘들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밥은 먹고 다니니" "아픈데는 없니"라며 걱정하며 한편으로는 반가워하는 엄마의 목소리 들으면 울컥한다.
첫 월급 기념으로 큰 마음 먹고 비싼 선물을 드렸다. 그런데 사용하지 않고 장롱 속에만 보관하고 계신게 아닌가?
"아깝다"며 사용을 못하고 계신다.
용돈 하시라고 꼬박꼬박 보냈는데, 알고보니 따로 모아놓고 계셨다.
나 결혼할 때 돌려줄거라며...
중,고등학교 때는 다른 집 자식과 비교하는 것이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는데, 이제는 호강시켜 드리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무리 다른 집 자식이 잘났어도, 내 집 자식이 최고라며 용기를 북돋아 줄 때 고맙고 미안하다.
애인에게는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정작 엄마에게는 잘 하지 못한다.
말 하지 않아도 알 거라는 생각과 쑥스러움 때문에...
엄마는 안 아플 줄 알았는데, 갑자기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이가 들며 생기는 지병이었다. "엄마도 아프고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것이다"는 짐작은 했지만 막상 아픈 엄마 이야기를 들으면 더 잘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