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신용카드로 명품 쇼핑한 '가족 사기단'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인터넷에서 구입한 위조 신용카드로 전국 유명 백화점을 돌며 이른바 '명품'을 사들인 일가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임모(58)씨를 구속하고 그의 아내 이모(56)씨와 딸(33)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올해 10월 초부터 두 달간 전국 백화점을 돌며 도난당한 카드정보로 위조한 신용카드를 총 939회 사용해 7억 5천만원 상당을 구매하려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임씨는 같은 범죄로 4년 6개월 복역하고 올해 9월 출소하고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가족까지 끌어들여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인터넷에서 해외 조직이 위조한 신용카드를 직접 구매하거나, 카드정보만 받아 직접 위조하기도 했다. 

그는 카드번호, 유효기간, 소유자 성명 등의 카드정보를 받아 노트북과 복제 장비로 다른 신용카드 마그네틱 선에 덧씌우는 방법을 썼다.

마그네틱 신용카드는 최근 보급되는 IC 신용카드와는 달리 위조가 쉽다는 점을 노렸다.

임씨는 아내와 서울 시내 명품관을 돌며 고급 시계와 가방, 옷가지 등을 사들였다. 직장에 다니는 딸도 여섯 차례 동행해 '명품 쇼핑'을 함께 했다.

임씨는 위조 신용카드를 1천번 가까이 사용을 시도했으며, 실제로 승인이 떨어져 사용한 금액은 8천600여만원으로 조사됐다.

임씨는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려고 위조 신용카드를 구매할 때는 해외 메신저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결제할 때도 디지털 화폐인 '비트코인'을 이용했다.

완벽을 기했던 임씨는 황당한 실수로 경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사용 실적이 좋은 고객만 가입할 수 있는 백화점 명품관 'VIP 회원'에 스스로 가입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임씨의 인적사항을 파악했으며, 폐쇄회로(CC)TV에서 확인한 다른 여성들이 가족인 사실도 확인해 모두 검거했다.

임씨의 아내와 딸은 경찰에서 "말려야 했는데 말리지 못한 데 후회한다"며 "범죄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물건을 살 때는 무언인가에 홀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위조 신용카드 사용 범행을 적발하는 데는 백화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위조 신용카드는 주로 명품관에서 사용하는데 일부 백화점들은 매출 전표 등의 수사 자료 협조를 잘 안 해주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찰은 이들 이외에도 위조 신용카드를 부정 사용하는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