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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Aug 17. 2022

뮤지컬 VIP석이 16만원이라고요?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티켓팅 불매에 대하여


최근 제작사 쇼노트에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VIP석 가격을 16만 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국내에서 대극장으로 분류되는 극장의 VIP 좌석이 대부분 약 14-15만 원대임을 감안하면, 대략 1만 원의 가격이 상승한 셈.

안 그래도 지인들과 이러다 우리나라도 뮤지컬 좌석 20만 원 되는 날이 머지않았다며 한 번 울고, 그래도 괜찮은 극이라면 내 통장을 갖다 바쳐야 하지 않겠냐며 두 번 울고 지나갔는데,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불매를 외쳤다. 기다려온 극과 좋아하는 배우를  참아내는 마음이 얼마나 애절한 마음인지 알기에, 불매를 외치는  간절한 마음을   같았다.

 

불매를 외치는 이들의 입장에 공감도 되고, 탈탈 털리는 빈약한 지갑이 떠올라 속상하기도 했지만,  편으로는 제작사 입장도   이해가 갔다. 어쩌면 티켓 가격 책정은,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여지 없는 선택 아니었을까 하는 그런 씁쓸한 생각.


출처: 사람인 쇼노트 2021년 재무정보


실제로 쇼노트의 재무 상태를 살펴보니 코로나로 오랜 시간 극장 문을 닫아야 했던 2020년의 당기 순수익은 -39억. (...) 상황이 조금 나아진 작년 2021년에는 227억 원의 매출이 있었지만, 당기 순수익은 고작 974만 원이다. 불매 운동의 주장인 '제작사 횡포'나 '소비자 착취'를 대입하기엔 어딘가 씁쓸한 재무 상태다.


뮤지컬은 제작비, 라이센스 구매비, 대관비 등 보이지 않는 뒷단의 돈이 많이 들고, 인건비까지 상당히 무겁게 운영되는 프로덕트이기 때문에 사실 어딜 가나 티켓이 비싼 편이다. 2022년 8월 기준으로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티켓은 국내에 비해 훨씬 더 높게 가격이 책정되어 있고, 오스트리아, 독일의 경우도 국내보다 약간 더 비싸다. 해외 시장 만큼 국내 시장도 가격이 상승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단지 콘텐츠 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TV 드라마처럼 PPL을 쓰지도, 웹툰 채널처럼 앞뒤로 광고를 붙이기도 어려운 시장에서, 어쩌면 티켓 가격 상승은 속상하지만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라는 얘기.


그래서 제작사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적으로 이 결정에 동의하진 않는다.

좌석 등급에 따른 가격 책정을 이제는 고려해봐야 할 때라고 믿기 때문이다.


(C) Wien Ticket


해외 뮤지컬 극장에서는 경우, 기본적으로 좌석들이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웨스트엔드의 경우 7개 정도의 좌석 등급을, 오스트리아 빈 씨어터에서는 8개의 좌석 등급을 설정했다. 단차나 블록에 따라 관객의 시야 각이 어떻게 되는지, 난간 같은 시야 방해물은 없는지, 스피커 같은 기술적 장치가 몰입을 얼마나 방해하는지 등의 여러 기준을 들어 좌석마다 가격을 유연하게 적용한 값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국내 사정은?

좌석은 VIP석, R석, S석, A석으로 기본적으로 4개의 블록으로만 운영되고, 모든 중앙 블럭은 대부분 VIP좌석으로 설정되어 있다.


않이 언제부터 2층 4열이 블루스퀘어 븨아피냐고요..이 좌석이 1층 2열 좌석이랑 같은 값을 받는 상황.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은 사실 티켓 가격 상승에 대한 쪽보다 이쪽으로 던져야 할 것 같다. 물론 이런 좌석 구역 설정 역시 많은 고민과 리소스가 투자되는 부분이기에 안 하기보다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1층 1열부터 2층 4열까지 통으로 VIP라는 이름을 붙여 좌석을 판매하더니, 요즘은 밀물처럼 철썩철썩, 그림자처럼 슬금슬금 VIP의 영역을 점점 늘리는 걸 볼 때면 답답한 마음이 치솟는다. 그 결과는 당연히 피터지는 피켓팅, 활개 치는 암표 시장, 더 예민해지고 까탈스러워지는 관극 문화로 이어진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 관객의 이용자 경험을 부디 섬세하고 예민하게 다뤘으면 한다. 갓벽한 자리에서 큰돈을 주고도 최고의 공연 경험을 사겠다는 마음도, 넉넉하지 못한 지갑 사정에도 공연을 즐기고 싶은 마음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제는 정말 필요할 때다.


구역 설정만 명확하게, 다양하게 구성된다면야 '진짜 VIP석'에 얼마의 가격을 책정하든 크게 관심도 없고, 반대도 없다. 넉넉한 팬덤을 둔 스타 마케팅도 사실 그러라고 있는 거다. (플미충 대신 제작사한테 돈 주는 거 반대하는 사람 없다니깐요...) 그런 접근이라면 오히려 지금의 피켓팅 시장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한 줄기 빛이 되어 줄지도 모른다. 안정적인 좌석 운영을 기반으로 청소년, 학생들을 위한 티켓 할인, 재관람 할인, 당일 할인 등 여러 건강하고 활기찬 프로모션도 기꺼이 운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무대는 사라진다. 

안그래도 좁은 문턱이 더 좁아지지 않도록, 높은 문턱이 더 높아지지 않도록, 극장을 찾는 이 발걸음이 끊이지 않도록, 지금이야말로 슬기롭게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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