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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May 16. 2018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영화 원더

ⓒ영화 원더 스틸컷


학부시절 학기마다  번쯤은  배우는(시험에 등장하는) 스토리텔링 개념이 있는데 바로 <영웅의 12단계>라는 개념이었다. 미국의 어떤 아저씨(조셉 캠벨) 원질 신화를 낱낱이 분석했고, 공통으로 도출된 소재들을 가지고 신화에는 17가지의 여정이라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보글러와 같은 다른 작가들이 추리고  추려 12단계를 만들었다. 물론, 17단계가 12단계로 슬쩍 줄었다고 해서  순서를 달달 우게 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시험이  그렇듯) 시험지를 작성하기 전에서야 열심히 외워본다. ----… (일상에서의 탈출-모험에의 소명-소명의 거부-관문 통과…) 기타 등등.


ⓒ영화 원더 스틸컷


 하고 누르면 뚝딱 하고 나오는 개념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영웅다운 영화를  때면 나도 모르게 은근한 분석을 시작하게 된다. 새롭게 등장한  인물은 영웅의 여정을 돕는 관문 수호자구나, 이때쯤 되면 시련이 닥치겠구나.  저게 보상 단계구나.  나가는 듯싶다가    시련을 겪겠지? 하고. 어디 보자, 영화가  끝날 때가 됐구나. 심장이 약해서 깜짝깜짝 놀랄 만한 영화를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이런 복선을 느끼는 일이 은근히 재미있고 보람차다. (사실 그나마 배운  써먹는 느낌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원더 스틸컷


영화를 자르고, 쪼개어 보면 그간 배웠던 스토리 구성의 기본 개념들이 속속들이  맞을  같은 영화를 보았으니, 그게 바로 <원더>였다. 홈스쿨링을 하던 어기(1. 일상의 세계) 학교에 다니기로 약속(2. 모험에의 소명)하고, 첫날 등교 이후 학교 다니기를 거부(3. 소명의 거부)하지만 친절한 친구  (4. 조력자와의 만남) 통해 이를 극복하고, 윌에게 과학 시험 문제를 알려준 것을 계기로 이들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진다.(5. 관문 통과) 12가지까지 나열하자니 벌써 지루하이쯤에서 생략!


ⓒ영화 원더 스틸컷


<원더>는 이렇게 영웅의 12단계에 찰떡같이 들어맞는 어기의 이야기지만, 사실 <원더>는 영웅을 알리는 얘기만은 아니다. 이 영화는 오히려 영웅의 세계를 이루는 다양한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오랜 날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해 외로웠을 텐데도, 어리광 한 번 부리지 않고 꿋꿋한 미소를 내보이는 올리비아, 모든 것이 완벽한 친구의 가족을 보며 느끼는 질투심에도 불구하고, 먼저 다가가는 걸음으로 부서진 관계를 회복하는 미란다, 저 자신이 왕따를 당할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어기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잭 윌과 썸머, 고집불통에 이기적인 부모 사이에서도 정정당당한 박수를 보낼 줄 아는 줄리안, 친구를 위해 용기 있게 싸우는 어기의 친구들과 언제나 정의를 편에서 힘이 되어주는 조력자 투쉬만 교장 선생님까지.



ⓒ영화 원더 스틸컷


 모든 조화로운 하모니는 다름을 이해하고 소외를 포옹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영화를  때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아닌가 싶은 은근한 괴리감이 들기도 했다. 물론 어기는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어기의 세계는 하이에나가 득실득실한 사파리나, 악어 만이 가득한 위험한 정글은 아니. 그애게는 저택에  만한 경제적 부가 있고, 계속된 희생에도 생색  번을 내지 않는 착한 가족들이 있고, 든든하고 쿨한 썸머( 이름까지 쏘쿨) 잭과 같은 친구들도 으니까.

ⓒ영화 원더 스틸컷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하지만 문득, 사실 그건 현실/비현실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치념했다. 다만, 아직 우리의 삶이 그런 용기( -투쉬만 교장 센세-비아와 미란다의 )  익숙한 건지도,  준비된 걸지도 모르겠다는 반성이랄까. <원더>는 마냥 비현실적인 이야기, 이상적인 영화인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방향, 당연히 만들어야  삶의 과제일는지도.

 작고 귀여운 영웅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아남기 위해, 어기의 세계가 우리의 세계가 되고, 이곳의 세계가 되기 위해,  영화의 완벽한 하모니가 오래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어기와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삶도 영원히 영롱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들은, 그럴  있으리라고 굳게 믿는다. 승리의 경험은 언제나 영웅을 더욱 단단하고 용기 있는 인물로 만드는 법이니까.  멋진 하모니들은 점점  원더풀한 세상,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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