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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May 30. 2018

걷고, 걷고 또 걷기

:: 영화 스탠바이, 웬디






이 글은 브런치무비패스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고,
뒤에서 앞으로 나아간다.
집 밖으로 나가고,
세상으로 나아가듯이.

나가면서 나아가지 않을 수도 있고
거꾸로 나아가면서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집 안에 틀어박혀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 애쓸 때도 있고,
늘 집 밖으로 나가지만
나아갈 방향은 딱히 없을 때도 있으니까.

ㅡ 김정선, 동사의 맛 中



선천적 자폐증을 앓고 있는 웬디는 스타트렉 덕후다. 애정극인 스타트렉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무작정 LA 향하는 웬디. 웬디는 주인의 속도 모르고 버스에서 오줌을 싸는 애완견 피트 때문에  한복판에서 강제 하차를 당하기도 하고, 강도를 만나 돈과 아이팟을 빼앗기기도 한다. 친절한 할머니를 만나 수월하게 LA 가는가 싶더니  교통사고를 당해 병실에 입원하고,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마저 하늘 위로 훨훨 흩날려 버린다. 생애 처음으로 동네 밖을 겨우 탈출했는데, 무심한 세상은 결코 그녀를 봐주는 법이 없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스틸컷


Please, Stand by.
Please stand by.


이렇게 웬디에게는 크고 작은 방해 요소들이 주렁주렁 등장하지만, 놀랍게도 웬디는 눈물 한 번 흘리지 않는다. 그 어떤 모진 시련과 풍파도 웬디의 걸음을 멈추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웬디에게는 오직 단 하나, ‘5월 20일 화요일까지 시나리오 제출'이라는 목표만이 반짝인다. 시나리오를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등장하지만, 웬디는 펜과 종이를 구해 제 머릿속에 들어 있던 시나리오를 다시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중얼거린다. “Please, Stand by. Please stand by.”



ⓒ영화 스탠바이 웬디 스틸컷


스타워즈를 좋아하는 <원더> 어기처럼, 스타트렉을 좋아하는 <스탠바이 웬디> 웬디는 영웅의 모험 12단계를 거친다. 매일매일 정해진 옷을 입고 주문처럼 반복하던 일상의 세계에서 벗어나 적과 조력자를 만나며 여러 관문을 통과하는 웬디의 여정.


영화 <스탠바이 웬디> ‘걸음 영화다. 웬디는  꿈과 집념으로 인해 끝없이 걷고, 웬디의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끝없이 걷는다. 지칠  모른  걷고,  걷고,  걷는 웬디. 그런 웬디의 맘을 모르는 해는 자꾸만 저물어 가지만, 그래도 모든 일에는 걸음이 필요한 . 처음 내딛는 작은 걸음은 다음의 걸음으로,   걸음으로 차차 이어진다.



ⓒ영화 스탠바이 웬디 스틸컷


우여곡절 끝에 시나리오를 제출하고 돌아선 웬디. 보육원의 보스 스코티와 언니 오드리는 그제야 알게 된다. 웬디는 이제 훨씬 당당하고 확고하고 용기 있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 아니 어쩌면, 그들이 눈치채지 못했던 아주 옛날부터 그런 사람이었다는 . 이제 그녀의 걸음은 걱정과 우려의 대상이 아니라 꿈과 희망의 용기다. 조금은 매서울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의 웬디. 웬디는 속내를   없는  마음을 씩씩한 걸음을 통해 내보인다. 때론 조심스럽고 힘겹지만, 그럼에도 단단하고 당찬 걸음을.


웬디는 걸음을 통해 나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앞으로, 앞으로. 넘어져도, 길을 잃어도, 차근차근 그렇게 앞으로.



ⓒ영화 스탠바이 웬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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