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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Jun 25. 2018

영화 '여중생 A'가 아쉬운 이유

저기 그래서 어떡하라고요?





이 글은 브런치무비패스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우연의 일치로 최근에 본 영화 <우리들>과 참 비교가 많이 되는 영화였다. 학교 내 집단 따돌림부터 가정 폭력, 그리고 믿음직스러움과는 거리가 꽤 먼 학교 선생님까지. 연령대가 다른 것 말고는 다를 것이 없던 소재인데, 느낌은 참 달랐다. 어떤 것은 좋았고, 어떤 것은 참 아쉬웠다.




중학생 미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굴곡을 섬세하게 그려낸 웹툰 <여중생A>. 이 영화는 제작되기 전부터 수많은 웹툰 애독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화제작이었다. 세심하게 그려낸 캐릭터들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고, 거의 모두가 겪었을 과거에 대한 묘사는 저마다의 추억을 소환했다. 그 무엇보다 사회적 문제를 은근하게 우려낸 뾰족한 시선은 우리의 삶과 태도를 되돌아보게 했다. 이 시대, 이 나라의 학생들이 살아가는 이곳의 세계, <여중생A>. 분명 여중생A는 미래의 입술을 빌려 똑똑하고 단단한 감동을 선사하는 웹툰이었다.




그러나 영화 역시 감동적이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듯이,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의심했듯이, 영화 <여중생A>는 충성스러운 독자들의 기대를 완벽히 벗어난 아쉬운 영화에 불과했다.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인해 옷장으로, 컴퓨터 게임으로, 소설 속으로 숨어든 미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일상이고, 친구  명이 없어 선생님과 짝이 되는 일은 부지기수다. 어느 , 미래에게 태양과 백합이라는 친구들이 다가온다. 미래는 가까워진 그들에게 각각 자신의 소설 이야기를 들려주며 세상 밖으로 조금씩 조금씩 걸음을 내디딘다.


하지만 내디뎠던 걸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정지한다. 배신과 따돌림, 계속되는 폭력의 폭풍우 속에서 그녀는 다시 젖고  젖는다. 그녀는 멈춘 걸음의 끝을 '자살' 매듭짓고자 한다. 세상과의 작별 과정에서 만난 희나. 그때 희나는 자신을 숨겨 왔던 탈을 벗고  모습을 드러낸다. 세상을 떠나고 싶은 미래와 희나 현재희. 둘은 '마지막 여정' 준비한다. 버킷리스트라는 클리셰를 이용한 뻔한 전개가 이어지고,  사람의 '죽기  해야  '들은 귀여운 시간이 되어 차곡차곡 쌓인다.  사람의 모습은 귀엽고 명랑하며 앳되다. 그래, 둘의 모습은  아름다운 영화 같다.




그리고 이 영화가 아쉬운 이유는, 지나치게 '영화 같다'는 데 있다. 희나도, 미래도 모두 건강한 결말을 맞는다. 희나는 부모님에게 다가가는 용기의 걸음을 내디디고, 미래는 걸음보다 더 급진적이고 빠른 보폭으로 뛰고 또 뛰며 치유를 향해 달린다. 뜀박질 끝에 도달한 그녀는 다시 살아나고 /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회복하고 / 선생님께 용서받고 또 선생님을 용서하고 / 소중한 친구를 얻고 / 웃는다.




하지만 여전히 찝찝하다. 영화의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아버지의 폭력은 여전하고, 불안한 가정의 모습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번복되는 학교 폭력의 끝에는 어떤 인과 관계가 있었는지 도통 그려지지 않고, 악인은 사과하지 않는다. 물론 선생님이 일시적인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변화 따윈 찾아볼 수 없는 꼰대다. 모든 불안을 초래한 크고 작은 이유가 단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영화는 어물쩍어물쩍 끝을 향해 달린다. 피해자의 용서와 피해자들간의 연대가 엉성하고 불안한 끈이 되어 영화를 겨우 매듭짓는다.




관객에게까지 그 불안함은 여전히 전가된다. 영화 <여중생A>는 끝까지 관객이 서 있어야 할 곳의 위치를 도통 알려주지 않는다. 관객은 살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미래에 대한 애착도, 주변을 둘러싼 난로 같은 따스함도 거의 느끼지 못한 채 멀찍이 이 영화를 마주한다. 어떠한 책임감도, 동정심도, 감동도, 동질감도 극장 안에는 없다. 다만 약자에 대한 여전한 무례와 폭력에 대한 동일한 무관심과, 선-악에 대한 은근한 도피만이 남았을 뿐, '울어도 괜찮아'라는 비겁한 말만 낳았을 뿐. 이 불편한 아름다움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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