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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Sep 01. 2018

공간으로부터 응원받을 수 있다면, 로켓티어 리뷰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들을 발견하고 기록하는 <도시작가> 프로젝트

:: 이 글은 인디워커스 X 스페이스클라우드의 도시작가 활동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졸업을 했다. 나를 겨우 설명해왔던 ‘대학생’이라는 칭호도 이제 더는 사용할 수 없으니 나는 앞으로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졸업의 기쁨보다는 막막한 기분이 앞섰다. 많은 시간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모임을 기획하고. 이런저런 일들로 나름의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일’이라고 부르기에는 경제성이 조금 떨어지고, 그렇다고 해서 ‘일’이 아니라고 말하기에는 '경력'이나 '전문성' 따위가 부재하고. 이쯤 나이를 먹고, 이쯤 고민을 했으면 나름의 커리어 로드가 또렷해질 법도 한데, 내 삶은 여전히 게으르고 더디며 불확실했다. 그 사실이 괴로웠다. 이제 나는 나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불안함을 애써 지워내려 별다른 목표 없이 바쁘게 원서를 쓰고, 이따금 면접을 보러 다니고,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 눈치 봐 가며 채워가는 그저 그런 삶을.




우연히 도시 작가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도시’나 ‘공간’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집이 아닌 어딘가, 영감을 주는 특별한 공간을 억지로라도 찾아다니다 보면 나름의 영감을 얻지 않을까, 이 귀찮은 습성을 조금을 털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얼떨결에 도시작가에 지원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도시작가 활동. 첫 콘텐츠 발행을 앞두고 어떤 공유 오피스를 찾아가 볼까 두리번거리던 중 일산에 위치한 로켓티어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든 누구든 찾아오는 힙한 그런 동네 말고, 주거 지역의 대표 명사인 일산 내에 위치한 코워킹플레이스가 궁금했다. 왠지 정말 로컬들만 찾을 것 같은 정겨움이 느껴졌달까. 네이버 지도 검색을 해보니 공간 위치도 나름 부담 없는 거리에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버스로도 닿기 쉽고. 그야말로 '로컬' 공간을 방문하기엔 더없이 순조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22일 수요일, 태풍이 온다고 휴대폰 긴급 재난문자며, 엄마의 밖에 나가지 말라는 걱정 섞인 잔소리며, 아무튼 요란스러운 날이었다. TV 뉴스고, SNS고 여기저기서 이번 태풍(솔릭)은 성인 남자 한 명이 날아갈 정도니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회사도, 학교도 필히 나가야 할 곳은 없었지만 앞서 방문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해둔 도시작가 활동이 영 맘에 걸렸다. 방문을 앞둔 전날 밤, 심호흡하며 고민했다. 그래서, 가 말아? ㅡ 하지만 아침이 되자 모든 걱정은 민망해졌다. 생각보다 날이 무척 맑았기 때문이었다. 태풍이 경로를 바꾸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나를 닮아 게으르고 더딘 건지. 걱정이 무색하리만큼 날은 맑았고 나는 서둘러 가방을 싸 들고 밖으로 나왔다. 





언젠가 창업 강의를 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창업 꿀팁 중 하나가 ‘인테리어’였는데, 요즘은 시멘트 마무리나 천장 공사를 하지 않아도, 그걸 자연스러운 멋으로 둔다는 거다. 소위 말한 ‘힙’한 감각이랄까. 공사비가 들지 않으니 품도 덜 들고, 사용자들은 멋스럽게 여기니 일거양득이라고. 첫인상에 느낀 로켓티어도 그런 느낌이었다.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높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뻥 뚫린 천장이 공장 같기도 하고, 마감이 덜 된 투박함에서는 은근한 빈티지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안가 바뀌었다. 얼마나 신경을 많이 쓴 공간인지 조금만 앉아 있어도 그게 다 모든 감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오래 있어도 피곤치 않은 적당한 톤, 적당한 조명, 적당한 냉방과 난방, 적당한 소음. 적당한 게 제일 어려운 법인데, 그 어려운 걸 이 공간은 퍽 잘 해내었다. 




계단마다 놓여진 책장과 의자는 개인적이면서도 감각 있는 워킹 플레이스를 만들었고, 프라이빗한 입주 공간들은 2층에 독립적인 공간으로 위치하여 깔끔하게 정리된 분위기를 만들었다. 취사 공간으로는 공용 부엌이 마련 되어 있었고, 회의나 단체 프로그램에도 적합한 무중력 책방과 크리에이터를 위한 스튜디오 등 공간 등이 다채롭게 구성되어 제대로 된 코워킹 스페이스라는 인상을 주었다. 많은 수용 인원임에도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는 동선과 프린터 기기부터 푹신한 소파까지 곳곳에 위치한 크고 작은 배려들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24시간이라는 점이 흡족스러울만큼 맘에 들었다. 이런 일하기 좋은 카페에서 쫓겨나지 않고 24시간을 있을 수 있다니! 새벽에도 재미있게 일할 수 있다니!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입 가득 물고, 해야 할 일을 끄적끄적 적어 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로켓티어의 VALUE. 


1. 자율성 
: 로켓티어는 자신의 성장과 가치관을 위해 일합니다. 

2. 용기 
: 로켓티어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실패는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3. 진정성
: 로켓티어는 억지로 정해진 틀에 맞추지 않습니다. 
나의 모습 그대로 정직하고 투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4. 협동 
: 로켓티어는 스스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서로 함께함으로써 완벽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5. 감사
: 로켓티어는 어떠한 성공도 
혼자 해내지 않았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항상 현재와 주변에 감사할 줄 압니다.





공간이 지향하는 가치를 읽으며 다시금 공간을 둘러봤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묵묵히, 조용히, 그리고 함께 나아가는 서로의 시간들이 눈에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이곳의 모두는 각자의 우주를 향해 달려나가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나름의 동기 부여와 자극이 됐다. 공간이 응원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나의 실패를 토닥여주는, 나의 성장을 응원해 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되고 응원이 되는 그런 공간. 덕분에 오랜만에 한참을 바른 자세로 글도 쓰고, 락 소울 가득한 독일 노래도 흠뻑 듣고, 스크랩 북을 꽉꽉 채워 넣고, 타닥타닥 키보드를 갖고 밀린 일들을 한참 처리하고, 그렇게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하루를 채웠다. 지금이 조금은 불투명할지라도, 분명 나의 성장과 내일을 위해 달려가는 삶이라는 다짐을 새기고 또 새기며. 






이런 공유 공간이 집 앞에 있다면, 참 좋겠다. 

응원을 받고, 다짐을 새기는 공간을 한 뼘에 만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니까.



일산 로켓티어

주소 :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768 라페스타 B동 4층 401호

가격 : 자유석 데일리 패스 기본 이용료 11,000(아메리카노 포함) / 4시간 이하 8,000원 (아메리카노 포함)

공간예약 : 스페이스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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