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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Oct 12. 2018

:: 영화 스타 이즈 본

처음으로, 레이디 가가의 본명이 궁금해졌다






이 리뷰는 브런치무비패스를 통해 작성했습니다.







영화는 커다란 함성이 가득한 한 무대로부터 시작한다. 열광적인 박수갈채 사이 현란하게 파고드는 남자의 기타 소리, 공연을 마친 남자는 술을 마시기 위해 우연히 한 클럽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매혹적인 공연을 펼치는 한 여자를 만난다. 거부할 수 없는 서로의 매력에 빠진 두 사람은 깊거나 얕은 각자의 얘기를 주고받는다. 다음날, 남자는 자신의 공연에 여자를 초대하고, 남자는 전날 밤 여자가 들려주었던 짧은 노래를 편곡해 무대에서 연주한다. 그렇게 여자는 수많은 관객 앞에서 자신의 노래를 하게 되고, 열광적인 반응과 함께 둘은 환상의 팀이 되어 무대에 선다. 하루가 갈수록 유명해져 가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 영화 <스타 이즈 본>의 줄거리다.




스타탄생(1976), 스타이즈본(2018)


앞선 줄거리는 1954년과 76년에 각각 개봉한 <스타탄생A star is born>의 줄거리와도 매우 유사하다.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은 <스타탄생>의 세 번째 리메이크작이기 때문이다. 물론 리메이크가 아니더라도, 스타가 된 여자와 그에 비해 점점 더 몰락해 가는 남자 간의 러브 스토리는 흔한 소재긴 하다만. 스타 탄생의 2018년 판 리메이크작이 새롭게 극장을 찾는다는 반가운 소식도 잠시, 처음 앨리 배역을 '레이디 가가'가 맡았다는 것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노래 잘하는 배우가 필요했다지만, 레이디 가가는 너무 대놓고 잘하는 팝스타를 가져다 쓴 거 아니야?'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 뭐, 레이디 가가의 '순박해 보이려는 노력'을 모르는 척 눈 감아 줄게,' 싶은 생각으로 기대 없이 극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스타 이즈 > 앨리에서 레이디 가가는 없었다. 시선을 강탈하는 자극적인 의상도, 요란하고 어지러운 문신도, 카리스마가 듬뿍 담긴 눈빛이 없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무심하게 묶은 머리카락, 스타가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신감 없는 그녀의 불안한 눈동자를 보며 그때 문득 깨달았다. 내가 한 번도 레이디 가가의 본명을 궁금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워낙 파격적인 무대와 놀라운 퍼포먼스로 빈틈이 없는 스타였기에 궁금해할 겨를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스타 이즈 본>의 앨리를 만나고 난 뒤에야 레이디 가가의 진짜 삶이 궁금했고, 그녀의 궤적을 살펴보며 느꼈더. 그녀가 스타가 되기 이전의 삶, '스테파니'였을 적의 삶을. 앨리는 레이디 가가가 아닌 스테파니를 꼭 닮았다.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La Vie En Rose라는 기존 곡을 제외한 전 곡에 작사, 작곡으로 참여 했다. 이 영화는 분명 앨리라는 스타 탄생을 담은 동시에 레이디 가가와 스테파니에 대한 재조명이기도 한 셈.)




앨리는 가수가 되고 싶지만, 예쁘지 않은 외모 탓에 가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은 없었다. 앨리와 관계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꿈을 이룰 수는 없을 거라고 대놓고, 혹은 은근히 생각한다. 친절하고 다정한 대화조차, 고리타분한 편견과 불신이 섞여 그녀에게 은근한 상처를 준다. 그렇게 꿈꾸는 것이 불가능했던 앨리의 세상에 잭슨 메인은 갑작스럽게 침투한다. 뻔한 비유지만, 그녀에게 잭슨은 꿈의 오아시스다. 용기를 내지 못하는 앨리의 사막에 거듭할 수 있다고 용기의 물을 뿌리는 사람, 아무도 그녀를 궁금해하지 않지만, tell me something girl이라며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사람, 괜찮다고 토닥여 주는 사람, 그녀마저도 미워했던 큰 코를 사랑으로 보듬는 그런 사람. 앨리는 잭슨으로부터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그녀는 자기 이야기를 쓰고, 노래하고, 꿈을 이루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정녕 있을 수 없는 걸까. 앨리가 빛을 볼수록 잭슨은 제빛을 잃어간다.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객이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사건이나 상황을 맥거핀이라 한다. 영화의 맥거핀을 굳이 찾아보자면 아마도 잭슨의 귀통증이 아닐까. 잭슨은 점점 더 극한 약물 중독과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안 그래도 위태로웠던 귀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관객은 공연 도중 잭슨이 실수라도 하는 건 아닐까, 음을 제대로 듣지 못해 더는 가수 생활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은 불안감으로 노심초사 잭슨을 지켜본다. 하지만 사실 잭슨의 진짜 문제는 귀가 아닌 마음에 있었다. 자기 이야기로 노래하고, 자기 이야기로 삶을 가득 채워 갔던  영혼이, 자기 이야기가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됐을 , 잭슨은 스스로 몸을 끊고 세상을 떠난다.






I'll never love again.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거야



세상을 떠난 잭슨은 이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어도 사랑할 수 없다. 그의 마지막 포옹과 마지막 키스와 마지막 사랑은 오직 앨리 뿐.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마지막 잭슨의 노래가 혼자 세상에 남겨진 앨리에게 가닿는다. 잭슨의 추모 공연에서 자신을 앨리 메인이라고 소개하는 앨리. 다시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잭슨의 유언을, 이제는 더 이상 다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앨리가 엄숙한 마음으로 이어받는다. 모두가 잭슨을 추억할 때, 오직 앨리만이 부르고 또 들을 수 있는 그 노래. 12개의 음과 노랫말, 호흡과 운율 사이사이 두 사람의 뜨겁고 진실했던 사랑과 기억이 차고 또 이지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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