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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비니 Dec 01. 2018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카이저 소제의 부활 ?







브런치무비패스를 통해 작성했습니다.










닮은 구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어디서 그렇게 에너지가 나오는 건지, 작고 아담한 키의 스테파니는 매사 모든 일에 열정적이다. 스테파니는 특히 가사 일에 재주가 많아 아들의 학교에서도 '열정맘'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의 지나친 열정은 때때로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을 받을 정도다. 그에 반해 에밀리는 정확히 스테파니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여섯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이라지만, 그래도 왠지 스테파니와 에밀리 사이에 공통분모의 친구는  없을  같다. 패션도, 성격도, 말투도, 취향도, 심지어는 키조차도 전혀 다른  사람.

이어질 기미가 전혀 없던  사람은 친구 관계인 아들들을 통해 관계를 맺는다. 아들 닉키의  놀고 싶다는 투정에 에밀리는 스테파니를 집으로 초대한다. 영화 <부탁 하나만 들어줘> 주요 배경은 에밀리의 집이다. 세련된 주방, 취향이 담긴 음악, 독한 술이 낯선 방문객을 맞는다. 스테파니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음모가 빼곡히 그려진 에밀리의 나체가 그려진 그림이다. 당황스러운 기색을 차마 숨기지 못하고 어찌할  모르는 스테파니에게 에밀리는 음악을 틀어주고, 마티니를 권한다. 눈과 , 그리고 혀까지 스테파니의 모든 감각이 에밀리가 지배하는 그녀의  속에서 천천히 취하기 시작한다.



남편 없는 전업주부 vs 알려진 것 없는 유명 인사

요리부터 육아까지 모르는  없는 전업 주부housewife 스테파니는 남편과 사별한 미망인이고, 이름을 대면   법한 유명 인사나 유명 브랜드와 작업을 하는 커리어 우먼 에밀리는 정작 본인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신비주의 유명인사로 등장한다. 이렇게 영화   여인은 아주 모순적인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는데, 설정은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에 탁월한 복선을 제시한다.

스테파니는 미망인이었던 탓에 영화 시작부터 누군가의 아내로 등장한 적이 없지만, 영화 전개에 따라 ' ' '와이프' 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에밀리의 경우 그녀는 동네의 가장 유명 인사였지만, 실종 이후 그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음이 밝혀진다. 가장 가까웠던 남편 숀도,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스테파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수사가 계속됨에 따라 에밀리의 베일은 낱낱이, 그리고 깊고 오래된 과거까지 속속들이 세상에 알려진다.




*** 스포일러 있습니다. (갑분경고..)




2018, 카이저 소제의 부활

만약 카이저 소제가 환생했다면 아마 에밀리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부탁 하나만 들어줘> 에밀리는 <유주얼 서스펙트> 버벌킨트를  닮았다. 숀은 에밀리를 '분명 존재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유령' 같다고 말한다. 미련 없이 잔인하게 가족을 죽이는 , 많은 범죄 행각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 자작극 시나리오를 쓰는 , 끝까지 반전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범죄자라는 것까지. 특히나 에밀리가 스테파니에게 했던 모든 말들 모두 거짓으로 들통나는데, 이는 모든 말과 행동이 치밀한 속임수와 거짓으로 가득  떠버리 버벌킨트의 면모를 보여주는 구석이다.

온갖 혼란스러운 트릭들로 가득한 에밀리와 버벌킨트의 삶이지만, 물론 다른 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에밀리에게는 사랑하는 아들 니키가 있다는 . 에밀리의 미친 광기는 다른 무엇도 아닌 아들을 위한, 아들을 통해 얻는 행복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점이 버벌킨트와는 명백히 다르다. 에밀리의 안쓰러울 만큼 잔인한 광기가 가족의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흐른다. 절대 간단하지 않은 부탁 하나와 함께. '닉키를  봐줘'라는 에밀리의 단순한 부탁은 결국 본인에게 하는 선언이기도 했다.



A SIMPLE FAVOR

스테파니와 에밀리. 둘은 결코 친구였던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득,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교도소 생활에   어울리고 자유로운 에밀리의 모습이, 그리고 영화의 끝까지 스테파니의 비밀은 결코  누구에게도 누설되지 않았음이  이유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골탕을 먹이고도 남았을 심성의 에밀리지만, 그는 끝까지 스테파니의 비밀을 지킨다. 그가 단순한 '악인'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인간적인 구석일까, 그것도 아니면 '언니를 죽이고', '오빠와 섹스하는' 금기를 어긴 이들의 은근한 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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