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로 생활한 지 어느덧 나흘이 되었다.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다.
아침에 조금 일찍 서둘러야 한다는 것 빼고는 여유를 갖게 하는 일상이었다.
그러다 어제부터 시작된 배 안에서의 분노가 뚜벅이가 고통스럽다는 걸 알게 해 주었다.
버스를 타면서 부글거리고 우르릉거리는 신호를 받았다.
아직 출근길은 많이 남았는데 어찌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차량을 운전하고 출근할 때는 가까운 주유소로 들어가 차를 세우고 분노를 달래주면 되는데 버스는 내 마음대로 가지고 갈 수 없다.
어찌어찌 잘 참아내고 도착지에 도달했다.
그렇게 뚜벅이의 삶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안에 들어가는 작은 먹거리도 조심해야 한다.
나는 장이 좋지 않은 편이다.
여행을 떠나거나 집을 나설 때면 몇 번이고 화장실을 들러 충분한 대비를 하고 나가야 고생을 하지 않는다.
어제 배 속의 분노가 충분히 잠재워지지 않았기에 오늘 아침은 충분한 대비를 하고 출근을 했다.
아직은 어제의 여파가 있어서 조심스러운 마음이다.
걸으며 주변을 바라보고 지금껏 놓치고 있던 거리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다.
내 몸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신경이 배에 집중해 주변을 보기는 힘들었다.
가끔은 별로 많이 먹지도 않는데 내 몸에 담고 있다 버려지는 것이 왜 이리 많은 것인지 의아스럽다.
며칠씩 비우지를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비울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내 몸은 무언가를 담아두는 데는 인색한 것인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감정, 부러움, 욕심 등은 비워지면 좋을 텐데 그것은 때론 차곡차곡 쌓여서 괴롭게 하기도 한다.
법정스님은 '필요치 않은 것을 갖지 않는 것'이라 하셨는데 불필요한 것을 비워내는 장처럼 나의 쓸데없는 고민들도 함께 비워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