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저자의 권장도서 목록에 있던 소설이다.
밀리의 서재의 책장에 담아두었다 읽기 시작하고는 중반이 넘어 살인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부분부터는 참지 못하고 끝까지 읽어 내렸다.
가족에게 버림 받은 어린 소녀가 습지에서 야생과 더불어 삶을 개척해나갔고 믿었던 이의 떠남과 사랑인 줄 알았던 사람에게 배신 당했으나 살인용의자로 몰려 재판을 받는 과정을 읽으며 그녀는 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럴 여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고 무죄 평결을 얻었을 때 내 일처럼 기뻤다.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사랑을 찾았고 죽을 때까지 행복한 여생을 보냈다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닥친 반전은 나를 주저 앉혔다.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에 당황스러웠다.
순수하고 무지했던 여자가 너무도 치밀하고 완벽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결말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소설의 줄거리
어린 카야는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불우한 환경의 막내 딸이었다.
아버지의 폭력에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가족은 떠났고 마지막으로 자신을 지켜주던 엄마 마저도 떠나며 아버지와 홀로 남겨졌다.
카야는 그런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나갔고 아버지도 조금씩 곁을 주는 듯 했다.
어느날 아버지에게 도착한 엄마의 편지는 다시 술을 마시게 만들었고 술에 취해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카야는 살기 위해 방법을 찾아야 했고 엄마가 가르쳐 준 홍합과 조개를 캐어 부두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점핑에게 가져다주고 생필품을 받으며 여러가지 도움을 받고 살아 갔다.
카야는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깃털을 가져다 놓는 테이트를 만나서 글을 읽는 법을 배우고 공동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경계를 풀어 갔다.
시간이 흘러 카야는 테이트에게 남자를 느끼지만 테이트는 어린 카야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테이트는 대학에 가게되고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지키지 않는다.
카야는 그런 테이트에게 실망하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다.
그 사이 마을의 체이스가 다가온다.
바람둥이인 체이스는 순수한 카야의 경계심을 풀기 위해 천천히 그녀의 마음 속으로 스며들어 간다.
자신의 목적인 카야의 정복을 이루어 낸다.
카야에게는 사랑한다는 결혼하겠다는 달콤한 거짓말을 던지며 안심시켰고 카야는 그 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준다.
체이스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마을에 들렸던 카야는 신문을 통해 체이스의 약혼 내용을 접한다.
배신감을 느낀 카야는 체이스를 피해 숨어버리고 자신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돌아 온 테이트를 카야는 받아들이지 않지만 테이트의 권유에 따라 그동안 자신이 수집하고 기록한 습지의 정보들을 책으로 펴내고 더이상 홍합을 캐면서 사는 삶에서 벗어난다.
어느날 체이스는 습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
체이스의 죽음으로 살인용의자로 체포된 카야는 석달동안 재판을 받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배심원의 무죄 판결을 받는다.
자유로워진 카야는 테이트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카야는 예순 여섯의 어느날 채집여행을 나갔다 죽음을 맞이한다.
테이트는 카야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며 그녀의 판잣집에서 여생을 마치리라 다짐한다.
천천히 판잣집을 둘러보던 테이트는 카야가 간절히 보존하기를 원했던 화덕 옆의 장작더미 아래서 비밀 문을 발견한다.
그 수납공간에서 카야가 쓴 시를 모아둔 상자를 발견하고 그 안에 쓰여진 반딧불이란 시를 읽게 된다.
그 시와 함께 체이스가 죽던날 사라졌던 조개 목걸이가 있었다.
그렇게 체이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테이트는 카야의 시를 태우고 조개목걸이의 조개를 카야의 습지에 던져 넣고 돌아서는 것으로 끝을 내린다.
파도가 새하얀 침을 줄줄 흘리며 서로 무섭게 부뒷다가 굉음을 내며 해안으로 밀려와 부서졌다.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교두보를 찾아 헤매다가 판판하게 가라않더니 말 없는 혓바닥 같은 거품으로 변해 다음번 물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69p
서녁 하늘에서 천둥 번개를 수반한 적란운이 터질 듯 빵빵한 회색 버섯 모양으로 몽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69p
하루가 저물기 시작해 해가 한숨을 쉬며 버터 빛깔로 빛이 바렸을 때는 두 사람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빠지고 목이 부드러워졌다. 86p
가을의 낙엽은 추락하지 않는다. 비상한다. 시간을 타고 정처 없이 헤맨다. 잎사귀가 날아오를 단 한 번의 기회다. 177p
우리 두뇌는 아무리 써도 도저히 꽉 채울 수 없거든. 우리 인간은 마치 기다란 목이 있으면서도 그걸 안 써서 높은 곳에 있는 잎사귀를 따먹지 못하는 기린 같은 존재야. 187p
누군가 함께해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전혀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 느낌이었다. 246p
생명의 시계가 똑딱똑딱 돌아가는 한, 천박하건 무례하건 아무 상관 없다.
카야는 이것이 자연의 어두운 면이 아니라 그저 모든 위험요소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창의적인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252p
왜 상처받은 사람들이, 아직도 피 흘리고 있는 사람들이, 용서의 부담까지 짊어져야 하는 걸까? 275p
카야는 체이스를 잃었기 때문에 슬픈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거절로 점철된 삶이 슬펐다. 머리 위에서 씨름하는 하늘과 구름에 대고 카야는 큰 소리로 외쳤다. "인생은 혼자 살아내야 하는 거라지.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 사람들은 결코 내 곁에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야. 293p
사랑이란 차라리 씨도 뿌리지 않고 그냥 두는 게 나은 휴경지인지도 모른다. 294p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잔인무도해보이는 행위 덕분에 실제로 어미가 평생 키울 수 있는 새끼의 수를 늘리고, 힘들 때 새끼를 버리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그렇게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 거야. 인간도 그래. 지금 우리한테 가혹해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 거야 327p
실패한 사랑도 타인과 이어주지. 결국은 우리한테 남는 건 그것뿐이야. 타인과의 연결 말이야. 333p
절대로 심장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
정신이 생각해낼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를 수 있으니까
심장은 느끼고 또 명령하지
아니면 내가 선택한 길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 시련을 헤쳐나갈 기나긴 길을
당신이 선택했음을
어떻게 설명할까
426p 어맨다 해밀턴의 시
난 한 번도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어. 사람들이 날 미워했어. 사람들이 나를 놀려댔어. 사람들이 나를 떠났어. 사람들이 나를 괴롭혔어. 사람들이 나를 습격했단 말이야. 그래, 그 말은 맞아. 난 사람들 없이 사는 법을 배웠어. 오빠 없이. 엄마 없이! 아무도 없이 사는 법을 배웠다고!" 479p
사람들은 풀을 제대로 눈여겨보지 않는다. 깎거나 밟거나 제초제를 뿌려 없앨 생각만 한다. 480p
테이트는 아버지가 말한 진짜 남자의 조건을 생각했다. 거리낌 없이 울 수 있고, 심장으로 시와 오페라를 느길 수 있고,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세상에 못 할 일이 없다. 487p
그녀가 아는 것은 거의 다 야생에서 배웠다.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자연이 그녀를 기르고 가르치고 보호해주었다. 그 결과 그녀의 행동이 달라졌다면, 그 역시 삶의 근본적인 핵심이 기능한 탓이리라. 49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