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전자책에서 선택한 이유는 제목에 삶이라는 단어를 보았기 때문이다.
'삶이 흐르는 대로'라는 제목을 보고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제시하는 책이라 생각했다.
막상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을 때 죽음과 관련이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덮을까 생각했었다.
요즘 들어 죽음에 관한 책은 되도록 읽지 않으려 했고 그런 유의 제목은 손에 잡지 않았다.
조금씩 주변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는 일을 자주 보고 있다.
나에게도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지만 아직은 건강을 잘 유지하고 계신다.
얼마 전에도 친구의 아버님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오랫동안 식사를 잘 못하셨다고 했는데 진료를 받으니 대장암 말기라고 했다.
그동안 암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시고 통증도 심하셨을 텐데 자식에게는 말하지 않으셨던 것 같다. 대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이미 많이 약해지셔서 수술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친구는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했다.
그런 이별을 보면서 나도 부모님과의 이별을 생각하게 된다. 어느덧 아흔을 향해가시는 아버지가 강건하던 모습이 조금씩 약해져 가는 것을 느끼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
그래서 죽음에 관한 글들을 손에 잡지 않았던 것 같다. 눈물이 나는 것을 참기가 너무 힘들다.
이 책도 중도에 덮으려 하다 계속 읽어 나갔다.
저자 해들리는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맞이한 환자들을 정성으로 돌보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담히 서술했다.
또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에게서 사후 세계에 대한 실존 유무의 느낌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죽음을 맞아야 하는 것은 분명한 진리이다.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자신의 선택이라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도 연명치료 거부를 서약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도 그 서류에 서명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당신들은 결정하신 것이다.
책의 소개된 사람들은 전부 그런 사람들이었다.
병원의 기계에 의존해 삶을 연장하고 함께한 사랑한 이들을 고통으로 몰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사람들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떨까를 생각해 보았다. 흔들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만일, 지금 이 순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문득 깨어날 확률이 있다는 것은 세상으로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못 해본 것이 많은데 지금 죽으면 억울한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중태에 빠져도 이겨낼 의지가 작동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 책 속의 사람들도 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며 고통 속에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을지가 느껴졌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그 과정을 거치고 죽음을 친구로 받아들인 사람들이었다.
천천히 죽어가는 시간 앞에서 무력한 자신을 느끼고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지금을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침대를 박차고 일어날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갖고 살아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모든 게 지나간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그 여정은 무척 힘겹고 막막하다.
어떤 울타리도 자연의 섭리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만큼 튼튼하지 않았다.
죽음이 임박하면 사람은 모두 한결같이 같은 걸 원했다.
그건 바로 관심과 위로 그리고 유대감이었다.
죽음과 태어남은 비슷한 면이 많다.
시간이 다 되어간다는 건 알지만 그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다는 점,
기다리는 동안 불안하고 초조하단 점이 그렇다.
그런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이 시한부 삶을 살면,
사람들은 인생 계획을 수정하거나 자기 생활을 뒤로 미루곤 한다.
사람들은 '죽음'과 '죽어감'을 우울하고 심각하게만 여긴다.
물론 그런 면이 많긴 하다.
하지만 그런 상황마저도 가볍게 웃어넘기게 하는 순간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비록 슬픈 유머일지라도 말이다.
한때 깊이 사랑한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깊이 사랑한 모든 것은 우리의 일부가 되기 때문입니다.
삶의 끝자락에 있는 환자들이
우리에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거요.
언젠가 우리도 알게 되겠죠.
삶의 끝자락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걸어온 삶을 갈무리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은 사람,
사후 세계에 대한 자기 믿음을 의심하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