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느 중년의 일상 탈출 고백서

by 천진의 하루

어느 날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 내 인생을 구했다.



하이디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갔다.

덫에 걸린 듯 빠져나올 수 없는 일상에서 어찌해야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고 썼다.

이 책이 서재에 왜 꽂혀 있었는지는 모른다.

책갈피가 앞쪽에 끼워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읽다가 그만둔 것 같았다.

다시 책을 꺼내어 처음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첫 부분에서 만난 저자의 상황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년이 되었고 주택 담보대출에서 매달 날아오는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했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고 있었던 모습은 지금 나의 모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정해진 일을 해야 하는 것에 흥분하고 가슴이 뛰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 뒤를 밀어대는 갖가지 이유로 떠밀려 가듯 직장으로 향한다.

어느덧 직장 생활도 삼십 년이 되어 간다.

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저자처럼 용감하게 집을 팔고 캠핑카를 사서 전국을 일주 할 수는 없지만 일상에서 떠나고 싶을 때가 자주 있다.

나를 둘러싸고 옥죄어 오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고 떠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캠핑카를 타고 아메리카 전역을 돌며 자신이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채워간다.

그 삶에서 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지쳐있던 자신을 북돋아 세워 우울함을 털어 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여행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가끔 은퇴 후에 전국을 돌면서 보고 싶었던 우리나라의 풍경을 보고 싶다는 공상을 하고는 했었다.

많은 제약이 있어 지금은 떠나지 못하는 것이고 은퇴 후에는 해보리라 다짐하기도 했었다.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을 지금 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인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 하면 더 좋겠지만 아직은 내가 감당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저자도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것들이 정리되었으니 감행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 것이라 생각한다.

딸이 자신의 보살핌을 떠나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더 이상 책임져야 할 일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판단되었을 것이다.

떠날 수 있는 용기는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자신이 지키고 보살펴야 하는 것이 있는데도 떠난다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다.

주변의 지지를 얻어 떠나는 것이 진정한 탈출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 시기가 은퇴 이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느꼈던 부러움과 흥분을 나도 느낄 수 있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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