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게 된 이유

by 천진의 하루

10여 년간 해오던 일을 떠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나는 항상 주어진 일에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관련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이 시작된 계기이다.


'하던 일이 아니라서 그런 거야.'라고 위로해 보려 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는 부족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만 같았고, 자존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승진도 하지 못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 조직에서 능력이 우수하거나 정치적으로 행동해야 승진할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정치하며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지금까지 잘 지켜왔다.


하지만 생각이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데,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점점 커졌다. 하루하루가 버겁게 느껴졌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아들에게 중요한 시기였다. 내 불안이 아들에게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2018년 겨울, 복잡한 상황과 생각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왔고, 벼랑 끝에 선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든 결정하고 움직여야 했다.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의지 부족으로 늘 작심삼일에 그쳤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빡독'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빡세게 독서하자'라는 의미였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실제로 길을 찾은 적이 없었기에 믿지 않았다. 나는 성공한 사람들이 '책에서 길을 찾았다.'라고 말하는 것을 자기 포장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 영상 속 사람들은 책을 8시간 이상 읽고, 서로의 느낌을 나누고 있었다. 단순히 오래 읽는 것도 대단했지만, 책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 후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시간 관리 관련 영상이 추천되었다. 강사는 변화를 원한다면 먼저 자신의 시간을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고, 일주일 정도 기록하면 의미 없이 소비되는 시간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 시간을 책 읽기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항상 바빠서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지, 시간을 만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하루 동안의 행동을 시간 단위로 기록해 보았다.


일주일간의 기록을 보니 강사의 말처럼 대부분의 시간을 TV 시청이나 유튜브 영상 보기에 허비하고 있었다. 바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정작 비생산적인 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시간을 관리하고 열심히 살아낸다면, 그 기운이 고3 수험생인 아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았다. 그렇게 나아갈 방향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2019년 1월 1일, 새해 목표를 세우는 날. 나는 평소와 다르게 새벽 6시에 일어나 책을 읽으며 변화된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책장에 장식처럼 쌓여 있던 책들을 둘러보다 이근후 박사님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를 꺼냈다. 얼마 전, 아들은 동계훈련을 떠났고 아내는 그를 지원하기 위해 함께 갔으며, 딸은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나는 늦잠 자던 패턴을 깨고, 새벽을 맞으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성경에 '너의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구절이 있다. 나의 삶을 바꾸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품고, 그렇게 첫발을 내디뎠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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