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차] 나만의 속도로 걷는 법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오늘은 새벽에 눈을 떴을 때, 시간이 얼마인지 알 수 없었다. 습관처럼 벌떡 일어나 휴대폰을 들고 창밖의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화면 속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저 화장실이 가고 싶어 깬 것뿐이었다.


다시 잠자리에 들고, 알람이 울리는 시각에 눈을 떴다. 이번엔 평소처럼 창밖을 찍고 ‘235일’이라는 숫자를 기록했다. 짧은 긍정 문장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매일 반복해 온 일이지만,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아침 운동을 결심하고 나서부터는 이 루틴이 조금씩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는 느낌이다.


오늘도 책을 읽고 짧은 생각을 적었다. 필사도 마치고 운동복을 챙겨 입은 뒤, 현관문을 열었다. 헬스장으로 통하는 입구는 아직 굳게 닫혀 있었다. 관리실 직원이 늦잠을 잤는지, 5시 50분이 넘어서야 문이 열렸다. 평소엔 도착하기 전에 준비되어 있던 공간이었지만, 오늘은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모양새였다.


제일 먼저 입장한 나는, 가장 좋아하는 세 번째 러닝머신 위에 올라 빠르게 걷기를 시작했다. ‘이 첫 번째 입장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꽤 적응된 듯했다. 걷는 동안 옆자리에는 점점 사람들이 들어섰고, 속도를 높여 달리는 이들도 있었다. 예전에는 감히 상상할 수 없던 ‘달리기’가 오늘은 왠지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기계 위에서 뛰는 소리가 힘차게 들려왔다. "나도 해볼까?" 하는 속삭임 같은 유혹이 마음을 두드렸다. 하지만 망설임이 일었다. 과거에 무리한 운동으로 피로를 느끼고 금세 포기했던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결국 나는 달리지 않기로 했다. 아직은 준비가 안 되었단 결론이었다.


그 대신, 열흘을 기준점으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을 위해 나만의 기준과 전환점을 만들어야 유혹을 뿌리칠 수 있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학창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 입시의 일부였던 체력 검정 시험 시간. 운동을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던 내가 유일하게 잘했던 종목이 오래 달리기였다. 1,000미터를 달려야 했던 그 종목에서 나는 누구보다 뛰어난 기록을 세우곤 했다. 어떤 친구들은 완주도 어려워했지만, 나는 운동장 다섯 바퀴를 가볍게 돌며 3분대 만점을 받았다.


그때 처음 느꼈다. ‘신이 내게 아무것도 주지 않은 건 아니구나.’ 지구력이라는 강점이 나에게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 나는 알았다. 천천히, 나만의 페이스로 가면 지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다는 걸. 그러나 지금은 그걸 잊고 있었던 것 같다. 남과 비교하며, 되지도 않는 무리를 하며 지쳐갔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남들이 바라는 모습에 맞추기 위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살아왔다. 보여주기 위한 삶에 매몰되어 결국 속도를 감당하지 못한 채 궤도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탈선 직전,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을.


주변에서 아무리 빠르게 달리라고 해도, 나는 나만의 속도를 지켜야 한다. 욕심내지 않고, 지금 내게 있는 것들에 감사하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멈추지 않는 한, 나는 계속 전진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오늘 나는 유혹을 잘 이겨냈고, 앞으로의 기준을 설정했다. 이제 그 기준을 잘 지켜내기만 하면 된다. 운동을 마치고 체중계에 올랐더니, 걷는 시간만큼의 보답이 돌아왔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하루를 잘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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