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차] 내 의지로 여는 하루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어제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날이었다고 한다. 숨이 턱 막힐 듯한 날씨였지만, 다행히 한 차례 소나기가 내려 불같던 열기를 식혀주었다. 모처럼 차를 두고 출근한 날이었는데, 불볕더위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것이다. 운이 좋았던 것인지, 나빴던 것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비슷한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친척 동생 가족과 함께 서해안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예약 없이 떠난 여행이라 숙소를 즉석에서 정했는데, 에어컨이 있는 방은 청소가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게 큰 문제가 아닐 거라 생각하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방을 선택했다. 그날 밤, 숨 막힐 정도의 폭염 속에서 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달래느라 우리는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마침 그날 저녁 뉴스에서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이었다고 전했다.


그래도 어제는 소나기 덕분에 더위가 잠시 누그러졌고, 에어컨 덕분에 편안히 쉴 수 있었다. 아내와 나는 “이러니 최고 기온이 계속 갱신될 수밖에 없지”라며 대화를 나눴다. 더우니 에어컨을 켜고, 그것이 지구의 대기를 얇게 만들고, 온실효과는 더 강해지고, 결국 더 뜨거워지는 악순환. 편리를 위해 만든 것들이 자연을 망가뜨리고, 그 대가를 우리가 다시 떠안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새었지만, 아무튼 어제는 무더위 속에서도 편안한 잠을 잤다는 이야기다. ‘모순’이라는 장편소설을 읽다 보니 열 시 반이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살다 보면 겪게 되는 모순된 상황들과, 그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곱씹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오늘 아침은 알람이 울리기 전 먼저 잠에서 깼다. 책상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알람이 울리자 비몽사몽 한 상태로 휴대폰을 꺼버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꼭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불편한 자세의 잠은 오래가지 못했다. 눈을 떠 정신을 가다듬고, 창밖을 찍은 사진에 오늘이 며칠째인지 기록했다. 그리고 스탠드 불을 켜고 책상 위 책을 들어 읽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하는 이 루틴은 이제 습관이 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운동복을 챙겨 입고 헬스장으로 향한다. 어제보다 조금 늦었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다. 가장 먼저 입장하는 기분은 묘하게 뿌듯하다. 익숙한 번호의 러닝머신 위에 올라, 설정해 둔 속도로 빠르게 걷기를 시작했다.


몸이 점점 적응해 가는 모양이다. 오늘은 조금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가벼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기에 정해진 시간만큼만 걷고 운동을 마쳤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체중계에 올라서니, 정확히 400그램이 줄어 있었다. 30분 걷기로 400그램 감량이라니, 어쩐지 웃기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다. 그 400그램이 내 노력의 손바닥만 한 증거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아침을 내 의지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기분 좋다. 내 삶에서 내가 온전히 조종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이런 작고 소소한 선택이야말로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이 나를 들뜨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하루의 시작을 내 의지로 열었으니, 남은 시간들도 그렇게 채워가고 싶다. 물론 매번 잘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듯, 조금씩 해내다 보면 언젠가는 하루 전체를 온전히 내 의지로 채우는 날도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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