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차] 걱정은 걱정을 불러온다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어제 회사에 인사이동이 있었다. 함께 근무하던 직원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고, 이전에 같이 근무했던 직원이 배치되었다. 인사는 회사의 권한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없지만, 한 차례 경고처럼 들렸던 말이 떠오른 탓인지 마음이 개운치 않았다.


이미 인사 이야기가 있었고, 최종 결정권자에게 양해까지 구했던 상황이라 더 언짢았다.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앞으로 함께할 직원과의 불편함이 겹치며 하루 종일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찌어찌 마음을 추스르고 퇴근했다. 아내와 약속한 집 안 청소를 마치고, 쌀을 사기 위해 마트로 향했다. 통화 도중 며칠 전 먹고 싶다고 했던 쟁반짜장을 포장해 가겠느냐고 묻자, 아내는 좋다며 허락했다. 그렇게 차를 돌려 음식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 안의 공기가 묘했다. 아내는 씻고 있었고, 딸은 방 안에 들어가 뾰루퉁한 표정으로 문을 닫아버렸다. 잠시 뒤 아내가 나왔지만, 뜻밖에도 자신은 식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딸과 다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제는 익숙해진, 늘 반복되는 일 중 하나였다.


딸은 나를 닮아서인지 일을 미루는 편이다. 아내는 그런 태도를 못마땅해한다. 특히 지금 딸은 ‘시신경 척수염’이라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중이다. 재발을 막기 위해 아내는 음식, 수면, 스트레스 등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희생하고 있다. 그러나 딸은 여전히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고, 아내와 부딪힌다.


아내와 딸은 성향이 닮았다. 옳다고 믿는 것이 있으면 물러서지 않고, 상대의 말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그 둘 사이에서 늘 중립에 서 있지만, 답답할 때가 많다. 그날도 결국 나와 딸만 퉁퉁 불은 자장면을 먹게 되었고, 버리기 아까워 조금 과식을 했다.


두 사람의 싸움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풀리긴 한다. 하지만 그 사이 나는 불편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 갈등의 근원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데 있다. 아내는 딸의 병이 염증과 관련된 만큼 생활습관의 개선이 필수라며 끊임없이 말하고, 딸은 의사의 말만을 내세우며 엄마의 말을 반박한다. 결국에는 감정이 격해져 아내가 먼저 폭발하는 일이 많다.


나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아내가 조금만 더 감정을 조절하고 딸을 달래주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게 어젯밤도 불편한 공기와 침묵 속에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해야 했다.


회사에서의 불편함, 집 안의 갈등은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마음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쳐 보았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아 결국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알람은 여느 때처럼 울렸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어 알람을 끄고, 창밖의 사진을 찍은 뒤 ‘루틴 만들기 236일차’라고 기록했다. 그러곤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웠다. 몸은 무겁고, 마음도 무거웠다. 무언가를 하기보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결국 다섯 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흐트러진 이불을 반듯하게 펴고,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운동 갈 준비를 했다. 오늘도 헬스장의 문을 가장 먼저 열었고, 세 번째 러닝머신에 올라 이어폰을 꽂았다.


유튜브에서 음악을 찾아 틀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가득 찬 걱정들을 잊고 싶었다. 어느새 익숙해진 몸은 음악에 리듬을 맞추었고, 삼십 분이 지나 체육관을 나섰다. 샤워 후 체중계에 올라보니 100그램이 늘어 있었다. 순간 웃음이 났다. 운동했는데도 체중이 늘다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걱정을 안고 운동을 하니, 걱정만큼 무게가 늘어난 게 아닐까. 개그맨의 말이 떠올랐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할 일이 없지.” 하버드의 실험에 따르면, 우리가 걱정하는 일의 98%는 어차피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해결할 수 없는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생각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아내와 딸의 문제는 시간에게 맡기자. 회사 일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걱정한다고 바뀔 일이 아니라면, 그대로 두자.


해결될 일이라면 결국 해결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더 얽히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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