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차]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아들이 집에 오는 날이면, 거실의 소파가 나의 잠자리가 된다. 문제는 그 거실이라는 공간에 잠을 방해하는 유혹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전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즐겨 보는 드라마가 자정을 넘겨서야 끝났고, 결국 뒤척이다가 늦은 시간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늦게 잠들었지만,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늘 그렇듯 창밖 사진을 찍고 오늘을 어떻게 시작할까 고민하다, 다시 이불을 덮고 눕기로 했다. 그때 딸아이 방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딸은 휴대폰을 보며 여전히 잠들지 않고 있었다.


요즘 딸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집에서 요양 중이다. 그런 만큼 규칙적인 생활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안타까움이 밀려왔고,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결국 나는 다시 일어나 딸에게 왜 자지 않느냐며 야단을 쳤다. 건강한 수면이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딸은 알겠다고 말하며 불을 끄고 누웠고, 나 또한 소파에 다시 몸을 뉘었다. 곧장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보다, 한 시간쯤 더 자고 운동 알람에 맞춰 일어나기로 마음을 정했다.


알람이 울리고 일어나니, 하루 루틴을 미룬 탓에 준비 시간이 다소 늦어졌다. 헬스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누군가가 세 번째 러닝머신 위에서 운동을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평소에 선호하던 자리였다. 잠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헛웃음을 지으며 두 번째로 좋아하는 다섯 번째 기계에 올라 시작 버튼을 눌렀다.


오늘은 열흘째 되는 날이라 속도를 조금 올려보았다. 6.0으로 설정하고 걷기 시작하자 처음엔 몸이 잘 따라오는 듯했다. 하지만 10분쯤 지나자 다리가 버거워졌다. 살짝 뛰는 방식으로 바꾸면 가능할 것 같았지만, 아직은 무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속도를 5.8로 낮췄다. 다행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조금 힘들게 느껴졌지만, 운동은 잘 마무리했다. 예전 같았으면 욕심을 부려 무리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안다. 빠르게 성과를 내고자 하다 무너지는 것보다, 작지만 꾸준하게 쌓아가는 것이 결국 가장 단단하다는 것을.


야구 경기에서도 한 이닝에 대량 득점을 한 팀이 결국 역전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매 이닝 한 점씩 차곡차곡 쌓아가는 팀은 좀처럼 지지 않는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말처럼, 시간을 들여 정성껏 쌓아 올린 것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믿는다. 작고 느리더라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 작은 실천들이 모여 결국 나를 바꾸는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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