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는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위한 마지막 학기다. 어제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어 아내에게 “더 시킬 일은 없느냐”라고 묻고, “이제 시험 봐야 한다”라고 말한 뒤 방으로 들어갔다.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켜고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참 신기하게도 나는 시험을 보려고 하면 늘 생리현상이 발생한다. 준비가 부족한 데서 오는 긴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험 중에 갑자기 나타나면 당황해서 망칠 수도 있기에, 가능하면 시험 전에 화장실에서 억지로라도 해결하려 한다.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시험을 시작했지만, 도중에 불청객처럼 생리현상이 찾아왔다. 다행히 온라인 시험이었고 시간도 여유로워, 후다닥 다녀온 뒤 시험을 이어갔다. 시험은 오픈북 형식이라 비교적 어렵진 않았지만, 필요한 자료를 찾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오픈북 시험은 대학교 입학 후 처음 경험했었다. 중간고사 기간이었고, 한 교수님께서 “시험은 대강당에서 책을 펴고 보라”고 하셨다. 그 말이 낯설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아무 준비 없이 책만 의지해보려 했기에, 정답을 찾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고 시험 시간은 훌쩍 지나버렸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검색 기능 덕에 훨씬 수월하다. 어제 생리현상이 다시 나타난 건, 그 검색 기능마저 답을 찾기 어렵게 느껴졌던 순간, 긴장과 당황이 밀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시험은 10시 반이 넘어서야 끝났고, 늦은 밤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다. 시간을 확인하니 새벽 3시 반이었다. 딸 방에 불이 켜져 있어 들어가 조용히 달래며 “이제 자야지”라고 말했다. 다시 잠을 청했지만, 한 번 깬 날은 오히려 더 피곤한 것 같다.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결국 5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늘 하던 대로 책을 꺼내 읽고, 요즘 필사 중인 『대학』의 한 구절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 무엇을 읽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습관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고전 속 구절들이 나의 잘못된 습관과 생각을 바로잡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운동 알람이 울리고, 운동복을 입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어제 아내는 “함께 갈까?” 했지만, 아침엔 일어나지 못했고 조용히 혼자 집을 나섰다. 헬스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치 첫눈이 내린 아침, 하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찍는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내가 좋아하는 세 번째 러닝머신에 올라 음악을 틀고, TV에는 예능 채널을 맞췄다. 화면 속 연예인들이 비누거품 위에서 서로를 방해하며 경쟁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났다. 한참 웃다가 균형을 놓쳐 뒤로 밀려날 뻔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웃고 걷다 보니 삼십 분이 훌쩍 지났다.
화요일부터 아들에게 차량을 내어준 덕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오늘도 일찍 출근길에 나섰고, 예보대로 비가 내렸다. 버스 정류장까지 걷는 사이 구두와 바짓단이 젖기 시작했고, 회사에 도착했을 땐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내일이면 운동을 시작한 지 꼭 2주째가 된다. 빠짐없이 실천한 덕에 체중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출근길에 들은 유튜브 영상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의 초능력 같은 세 가지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첫째는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능력, 둘째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능력, 셋째는 어떤 상황에서도 이 두 가지를 끝까지 지켜내는 능력이라고 한다. 듣고 나니 공감이 갔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고,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력은 계단처럼 오른다고 한다. 어느 지점이 되면 오르지 않고 정체되는 구간이 찾아오는데, 그 시기에 많은 사람이 포기하고 만다. 지금까지의 나는 그 부류에 포함되어 있었다. 끝없이 펼쳐질 것 같은 정체기를 묵묵히 나아가는 것, 그것이 진짜 힘이다. 뒤로만 밀리지 않는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