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차] 비 갠 아침, 다시 걷는 길 위에서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전날엔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하루였다. 상위부서의 감사 결과가 나왔고, 그동안 진행되어 오던 민원에 대한 여러 말들이 오갔다. 머릿속은 복잡해졌지만, 흐르는 대로 두기로 했다. 마음속 지우개로 조용히 지워버렸다.


전날부터 아들의 차량이 수리에 들어가면서 내 차를 잠시 내어주었다. 나는 오랜만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길에 올랐다. 거의 일 년 만의 일이다. 평소보다 20분 일찍 집을 나서며,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마침 장마가 시작되어 아침 공기는 후텁지근하지 않았고, 전날 저녁 내린 비로 땅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오랫동안 갈증에 시달리던 화단의 나무와 꽃들도 물기를 머금은 채 생기를 되찾은 듯 보였다. 나는 이런 날이 좋다. 비가 갠 아침의 그 맑은 공기, 세상의 먼지를 씻어낸 듯한 느낌. 잠시라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출퇴근길을 오랜만에 걸어서였을까, 하루를 마치고 나니 몸이 무거웠다. 이른 저녁,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누웠지만 휴대폰을 손에 들고 한참을 유튜브에 머물렀다. 늘 느끼는 거지만, 그렇게 흘러간 시간은 깊은 잠을 방해한다. 그걸 알면서도 무심코 넘기게 된다.


아침 알람이 세차게 울렸지만, 손만 뻗어 재빠르게 끄고는 다시 잠들어버렸다. 휴대폰이 머리맡에 있으니 몸을 일으키지 않아도 되니 자주 있는 일이다. 운동 알람이 울릴 때쯤엔 여전히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 이불속에서 망설이고 있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이러면 안 되지’ 하는 마음이 번쩍 들면서 결국 침대를 박차고 일어났다.


조금 늦게 눈을 떴기에 전날 세탁 건조해 놓은 운동복을 꺼내 입고 빠른 걸음으로 헬스장에 갔다. 아침에 하던 루틴은 미루고 운동을 먼저 했다. 오늘도 헬스장의 첫 번째 손님은 나였다. 매일 가장 먼저 헬스장의 문을 여는 그 순간, 여전히 기분이 좋다. 어제의 무거움도, 아침의 망설임도, 땀방울 속에서 조금씩 씻겨 내려갔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1화[11일차] 무거운 몸, 가벼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