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차] 비가 그친 자리에서, 다시 걷는다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아들이 경기를 이기고 돌아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전역 후 다시 축구를 하겠다고 말했을 때,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이 년이라는 공백을 딛고 다시 몸을 만들어 현역으로 복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전역 직후 훈련을 시켜주는 팀에 들어가 복귀를 준비했다. 시간이 지나며 점차 몸이 만들어졌지만, 팀에 소속된 이후에도 좀처럼 경기에 투입되지 못했다. 아내는 이제 그만 포기하고 학교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지만, 아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나는 그런 아들의 선택을 응원하는 편이다. 인생은 본래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살아가며 배우는 중이기에, 때로는 무모해 보일지라도 자기가 원하는 길을 걸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택한 이 도전을 대견하게 여긴다.


그런 아들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고, 그 기회를 잘 붙잡고 있는 중이다. 최근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장해 두 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동안 불안했던 마음에 약간의 평온이 깃드는 것을 느꼈다.


경기가 늦게 끝나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다. 미리 사다 놓은 치킨을 함께 나눠 먹으며 아들과 늦은 저녁을 즐겼다. 식사를 마치고 TV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새벽 1시가 되어 있었다. 그제야 잠자리에 들었고, 새벽 알람 소리에 잠깐 일어났다가 소파에 다시 누웠다.


알람에 한 번 깨어 얕은 잠을 자며 뒤척이다가, 운동 알람이 울리자 다시 눈을 떴다. 순간, '오늘은 휴일이잖아. 조금 더 자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속삭임이 유혹처럼 들려왔다. 스스로에게 관대한 하루를 허락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었다. 소파에 다시 눕는 순간이 가까워졌지만, 며칠간 반복해온 가르침처럼 '해야 할 일은 바로 해야 한다'는 다짐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망설이면 흐트러질 것 같았기에 서둘러 운동복을 챙겨 입었다.


창밖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며 바라보니, 세차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휴대폰을 열어 뉴스를 확인하니, 밤사이 많은 비가 내려 하천이 범람하고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지금 내리는 이 비가 계속된다면, 평소 아슬아슬하게 흐르던 하천들이 위험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나는 살면서 두 번의 큰 비를 가까이서 겪은 적이 있다. 한 번은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을 때였고, 또 한 번은 지금의 직장에서 일하던 시기였다. 내가 살던 지역에는 중랑천이 흐르고 있었는데, 많은 비가 내릴 때면 주차장 차량을 이동하라는 방송이 반복되곤 했다. 그때마다 중랑천의 제방 끝까지 물이 차오르는 모습은 정말 아찔했다. 거센 물살은 모든 것을 휩쓸고 가며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나는 그때 물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깊이 실감했다. 불은 흔적이라도 남기지만, 물은 모든 것을 쓸어버리며 새로움을 강요한다.


운동하러 나섰을 때, 다행히 비는 조금씩 잦아들고 있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헬스장에 도착했지만, 오늘은 이미 누군가 먼저 와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아주 잠깐 망설인 사이, 익숙한 첫 시작의 자리를 놓친 느낌이 들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러닝머신은 비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어느덧 15일째. 눈에 띄는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같이 반복하며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그 자체로 만족스럽다. 그런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 익숙해진 30분간의 빠른 걸음 속에서 흐름을 느끼며 오늘도 평범하지만 소중한 하루를 살아간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샤워를 한 뒤 책을 펼쳐 읽었다. 이어 자격증 공부를 조금 했지만, 생각보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절실함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공부하고 책을 읽으며 나를 다독이고 있다. 작지만 꾸준한 이 다짐이 언젠가 분명히 나를 바꿔줄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에게 조용히 속삭인다.

“해보자. 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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