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반, 알람이 울렸다. 눈을 뜨고 알람을 끄는 순간 망설임이 찾아왔다. 마음은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몸과 의식은 조금만 더 자라고 속삭였다. 그 달콤한 유혹에 스르르 무너져버렸다. 알람을 끄고 다시 누우면, 다음 알람이 울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두 번째 알람이 울렸다. 운동하러 가야 할 시간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몸을 일으키며 ‘이것마저 어기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부스스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고개를 흔들고, 창밖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오늘의 도전 일수를 기록하고, 식탁 위에 올려둔 책을 꺼내 읽으며 아침 루틴을 소화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시간을 보니 여섯 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오늘도 헬스장 문을 가장 먼저 여는 사람의 자리는 다른 누군가가 차지했다. 그분은 늘 처음으로 덜덜이 기계에 몸을 넣어 근육을 푸는 것 같다. 러닝머신에는 아무도 없었고, 평소처럼 세 번째 기계에 올라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음악 대신, 전날 놓친 드라마를 틀어놓았다. 드라마에 몰입하며 걷다 보니 시간은 금세 흘렀고, 운동의 버거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삼십 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순식간이었다. 흘러내린 땀을 수건으로 닦으며 운동을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 문득 오른쪽 가슴에 손이 갔다. 며칠 전부터 만져지던 멍울이 오늘은 약간의 통증을 동반한 것이다. 금요일에 병원에 들렀을 때, 탈모약에 포함된 전립선 치료제가 원인일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토요일부터 약을 끊은 상태다.
그동안 별다른 증상이 없던 멍울이 하필 오늘 통증을 나타냈다. 오늘 퇴근 후 조직검사를 받기로 예약해 두었는데, 걱정이 통증으로 나타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말처럼, 내게도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의사는 많은 남성들이 같은 이유로 병원을 찾는다며 안심시켜 주었다.
나만의 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다.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잊지 않으려 한다. "내가 계속하는 한 패배는 없다"는 말을 오늘은 더욱 깊이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