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차] 조금 느슨한 하루의 기록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전날의 일기를 쓰는 형식이 되었다. 퇴근 후에는 마루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요즘 마루는 어딘가 우울한 듯, 꼬리를 바짝 말고 느릿느릿 움직였다.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아 바람이라도 쐬게 해주고 싶었다.


날씨는 여전히 더웠고, 걸음을 옮기자 이내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걷는 동안 마루는 여기저기 냄새를 맡았다. 집에서는 축 늘어져 있던 녀석이 밖에 나오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 이리저리 냄새를 맡으며 뒷다리를 들어 마킹을 했다. 마루는 풀밭 위를 걸으면 생리현상을 느끼는지, 평평한 풀밭을 찾아 뱅글뱅글 돌다가 자세를 잡고 용변을 봤다.


나는 조용히 기다렸다가 뒷처리를 한다. 준비해 간 용변 처리용 비닐을 손에 뒤집어 쓰고, 마루의 용변을 담은 뒤 단단히 묶었다. 원래라면 근처 휴지통에 버리면 되지만, 혹시 몰라 손에 든 채로 산책을 이어갔다. 두 바퀴쯤 돌고 나서, 마루는 지쳤는지 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는 아직 걷고 싶어, 녀석이 가고자 하는 길에서 방향을 살짝 바꿨다.


그 때문이었을까. 마루는 두 번째 생리현상을 느꼈는지, 다시 풀밭을 돌기 시작했다. 자세를 잡고 용변을 보았는데, 오래 돌아서 그런지 이번엔 변이 조금 묽었다. 그리고 그만, 뒷걸음치다가 녀석은 자신의 배설물을 밟고 말았다. 뒷발에 묻은 것을 떼어내려 마루는 깡충깡충 뛰었다. 어쩔 수 없이 녀석을 붙잡아 조심스레 닦아내고, 조금 더 걷다가 집으로 돌아와 발을 씻겨주었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알람은 어김없이 울렸고, 피곤한 몸을 일으켜 알람을 끄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운동 알람이 다시 울릴 때,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났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으로 향했는데, 먼저 온 사람이 벌써 두 명이나 있었다. 러닝머신에서 30분간 운동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출근 준비를 마쳤다.


하루는 별 것 없는 일들로 이루어저 순항하는 것 같다. 반복되는 업무와 시간들을 이기고 집에 돌아와 편안한 삶의 휴식으로 빠지는 별 것 없는 감사한 하루들이다. 이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가 계속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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