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차] 말하지 못한 슬픔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요즘 강아지 마루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 슬금슬금 우리를 피하는 듯 보이고, 어딘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산책을 다녀온 뒤 기분이 조금 나아진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우울에 잠긴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와 딸은 걱정스레 “왜 그러지?”라는 말을 반복했다.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평소라면 내 옆에 와서 애교를 부리던 마루가, 이날은 안마의자에 올라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했다.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도 자야 할 시간이 되어 정리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가려 했는데, 평소 같으면 졸졸 따라오던 마루가 식탁 밑으로 숨어버렸다. 낯선 행동이었다.


“마루야, 왜 그래?” 조심스럽게 불러 꺼낸 뒤, 품에 안고 방으로 데려왔다. 침대에 누워 조용히 배를 쓰다듬자 편안해하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몸을 일으켜 방을 나가려는 기색을 보였다. 그런데 침대에서 내려가던 마루는 계단 위에 멍하니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


더위에 기력이 떨어졌을지도 몰라, 특식으로 준비해 둔 닭고기 명태죽을 꺼내 접시에 담았다. 평소 같으면 냄새만 맡고도 게눈 감추듯 먹었을 텐데, 이번에는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걱정은 커졌지만 늦은 밤 어떻게 할 도리는 없었다. 마루가 보이는 곳에 접시를 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네 시 반, 알람이 울렸다. 부스스한 눈으로 일어나 접시를 확인했지만 그대로였다.


혹시 식사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싶어, 밥그릇 옆으로 접시를 옮겨두고 다시 누웠다. 오늘은 헬스장 대신 마루와 산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조금 더 눈을 붙였다.


다섯 시가 조금 넘어 몸을 일으켜 정신을 가다듬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마루를 찾기 시작했지만, 평소 자던 자리엔 없었다. 아내나 딸 옆에 붙어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산책 준비를 마치고 세수를 하고 나오니, 녀석은 어느새 현관 중문 앞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작게 부르던 이름을 들었나 보다. 자신이 어디 숨어 있었는지는 들키고 싶지 않았는지, 조용히 내가 보이지 않을 때 모습을 드러낸 듯했다.


집 안에서 우울한 기색으로 꼬리를 엉덩이 밑에 말아 넣고 있던 마루는, 산책용 하네스를 채우자 길게 기지개를 켜고 꼬리를 바짝 들어 흔들기 시작했다. 기분이 한껏 업되었다는 신호였다. 오늘도 그렇게,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오늘은 헬스장이 아니라 아파트 화단을 따라, 마루가 자연의 냄새를 킁킁거리며 풀밭을 밟는 길을 천천히 함께 걸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산책 나온 다른 강아지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며, 녀석은 한층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우리의 산책 시간은 삼십 분 남짓. 오늘은 마루가 나를 이끄는 산책이 아니라, 몇 걸음 걷다가 나를 올려다보며 “이 산책, 괜찮아?” 하고 묻는 듯 멈춰 서기도 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마루는 다시 깊은 우울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던 아내와 딸은, 어디가 아픈 것 같다며 병원에 데려가보자고 했다. 산책 중엔 그렇게 활기차다가도, 집에 들어오면 다시 변해버리는 모습이 참 낯설고 안타깝다.


며칠 더 지켜보자고 아내에게 말하며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정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사람도 이유 없이 우울해질 때가 있듯, 말을 하지 못하는 마루의 상태를 알아차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답답하다.


오늘 하루도 우리 가족은 마루의 우울한 기색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것이다. 제발 별다른 이상이 없기를, 스쳐가는 감정의 바람이었기를 바란다. 요즘 집안에 좋지 않은 일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그마저도 “이만하길 다행이다” 싶은 일들이다. 그러니 마루에게도 그저 지나가는 우울함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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