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오늘도 기상 알람은 무시했지만, 운동 알람에는 눈을 떴다. 무엇인가를 지속해 나가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지와는 다르게 쏟아지는 잠을 이겨내는 건 여전히 버겁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요즘은 피곤함을 견뎌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위한 알람에 만큼은 꾸준히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견하다. 어느덧 목표한 일수에 가까워지고 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 싹트는 중이다. 부스스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세수를 하고, 주섬주섬 운동복을 꺼내 입었다. 오늘도 마루는 어디에 숨어 자는지 보이지 않았다. 딸아이 방에도 없던 걸 보면 아마 아내의 방에서 자고 있는 듯했다.


어제부터 휴가인 아내가 곤히 자고 있어, 문을 열지 않고 나직이 마루를 불렀다. 인간보다도 미세한 소리에 반응하는 녀석이니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이라 기대했다. 주방에서 물 한 잔을 마시고 현관으로 천천히 나가려던 찰나, 안방 문 아래 만들어둔 작은 개구멍 사이로 마루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누가 자신을 불렀는지 확인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중문을 열고 신발장에서 산책 준비물을 챙겼다. 그 사이 마루는 다가와 길게 기지개를 켰다. 마치 나처럼 아침을 시작하기 전 몸을 깨우는 루틴을 지키는 모습이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여는 산책길로 나섰다.


아침 산책길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아파트 화단에는 여전히 무더운 여름을 견디는 수국이 서 있고, 영산홍은 마지막 남은 꽃잎들로 계절의 끝을 알리고 있었다. 나무 어딘가에 숨어 울던 까치와 찌르레기는 가까이 다가가자 놀라 날아올랐다. 크게 변하지 않는 이 일상이 좋다는 사실은, 아마 일상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때때로, 변화 없는 이 일상 속에서 편안함보다는 묘한 불안을 느낀다. ‘지금의 나는 괜찮은 걸까?’,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스쳐 지나간다. 그런 생각들은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이내 흩어지지만, 그 찰나의 고민이 마음속에 불안을 남긴다.


아직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저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 나를 맞추어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불안은 그 틈을 타고 스며든다. 그래서 불안이 자리를 잡기 전에 그냥 흘려보내려 한다. 불안은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다고들 말한다. 어쩌면 나의 고민들도 결국 속된 욕망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조건과 순간 속에서 조금씩 적응하며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도 그렇게, 불안을 지나 하루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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