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새벽 기상 알람이 조심스레 울렸다. 아내가 깰까 봐 소리를 작게 맞춰 두었는데, 덕분에 놓칠 때도 있지만 이제는 그 소리를 비교적 잘 듣는 편이다. 하지만 잘 듣는 것과 잘 일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부분은 비몽사몽 알람을 끄고 다시 눕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을 끄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방에서 잘 때는 휴대폰을 책상에 두기에 침대에서 일어나야 하지만, 어젯밤은 소파에서 잠들어 손만 뻗으면 알람을 끌 수 있었기에 그대로 다시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휴대폰으로 창밖 사진을 찍고 날짜를 기록했지만, 피곤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어제 내린 비로 산책로가 젖어 있어 마루와 산책을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핑계가 생겼다. 그러자 달콤하게 “조금 더 자라”는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했고, 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은 수많은 계산을 하는 기계처럼 복잡했다. 그러다 간신히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았다. 깊은숨을 내쉬고 고개를 흔들며 잠기를 털어냈다. 산책 대신 헬스장에 가겠다고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 떠오르자, 달콤한 유혹을 이길 힘이 생겼다. 세수를 하고 운동복을 챙겨 입을 무렵,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마루가 다가와 얌전히 나를 바라보았다.
“마루야, 오늘은 산책 못 나가. 어제 비가 와서 길이 젖었어. 미안해.” 나는 그렇게 읊조렸지만, 마루는 여전히 눈빛으로 나를 따라 나가자고 재촉했다. 이럴 땐 단호해야 했다. 현관문을 열고 혼자 밖으로 나왔다.
헬스장에는 이미 두 분의 입주민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 분은 진동 운동기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다른 한 분은 러닝머신 위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 나는 운동화를 단단히 고쳐 신고 세 번째 러닝머신에 올라 속도를 6으로 맞췄다. 하지만 한동안 헬스장을 찾지 않고 산책만 했던 탓인지 속도가 벅찼다. 결국 속도를 5로 낮춰 천천히 몸을 풀었다. 10분쯤 지나 다시 6으로 올리니 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그렇게 삼십 분을 걸은 뒤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했다.
오늘부터는 아들이 내 차를 쓰기로 해서,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평소보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비가 내리진 않았지만 혹시 몰라 우산을 챙겼다. 작은 가방은 옆구리에 끼고,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었더니 불편했다. 길을 걸으며 굳이 필요 없는 유튜브 영상을 켰다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곧바로 껐다. 휴대폰을 뒷주머니에 넣고 걸으니 한결 낫다.
버스는 금세 도착했고, 자리가 넉넉해 앉을 수 있었다. 전자책 앱을 켜고 『시간의 기원』을 펼쳤다. 우주의 시작에서 철학, 그리고 과학으로 이어지는 인류의 수학적 발견을 다루는 책 같았는데, 생소한 용어와 수학 기호가 나오면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곤 했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이 의문을 품고 답을 찾아가며 지식을 확장해 가는 과정은 흥미로웠다.
나는 과학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우주에 관한 관심은 조금 있었기에 어렵더라도 읽어나가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코스모스』나 양자 물리학 관련 책들이 기억을 자극하며 흥미를 이어가게 한다. 내 서재에는 아직도 읽지 못한 책들이 여럿 나를 기다리고 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진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매일 이렇게 끄적이는 글도 그 변화의 일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기다리는 책들을 하나씩 만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