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기상 알람에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요즘 부쩍 새벽 기상이 어렵다.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드니, 알람이 울려도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이리저리 핑계를 대며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어제는 부모님 밭일을 도와드렸고, 낮잠을 잔 것을 핑계 삼아 다시 누워버렸다. 사실 새벽에 하고자 하는 일에 간절함이 부족하다는 걸 알지만, 쉽게 고쳐지지가 않는다. 공자는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 하여 잘못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고 했지만, 실천은 늘 어렵다. 나 역시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니 아직 군자의 길은 멀다.
결국 새벽 기상에는 실패했지만, 운동 알람이 울리자 마음을 다잡고 일어났다.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는 작은 의지가 정신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느새 날은 훤히 밝아 있었고, 말복이 지나서인지 기온도 한결 선선했다.
옷을 챙겨 입고 세면을 마친 후 나직하게 마루의 이름을 불렀다. 어디선가 작은 소리를 들은 마루가 거실로 나올 줄 알았는데, 녀석은 유미 방 개구멍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웃음이 절로 났다. “산책 가자”는 말에 마루는 냉큼 거실로 나왔다.
현관 앞으로 나가자 녀석은 길게 기지개를 켜며 산책 준비가 끝났음을 알렸다. 문을 열자마자 쏜살같이 엘리베이터로 달려갔고, 1층에 내려 처음 보이는 화단에 마킹을 하며 산책을 시작했다. 냄새를 맡고 흔적을 남기는 것이 마루의 산책 루틴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주치는 분들과 가볍게 목례를 나누고, 마루는 친구들의 냄새를 확인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아직 계절의 변화는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간혹 피어난 꽃들이 여름의 끝자락을 알리고 있었다.
마루와 걷는 산책길은 매일 같지만, 주의를 기울이면 작은 새로움이 있다.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든 마루와 함께 걷고 싶다. 신기하게도 마루는 정확히 삼십 분이 지나면 스스로 산책을 마무리하려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고집했고, 나 역시 그 뜻을 존중했다.
집에 돌아와 못다 한 책 읽기와 필사를 마치고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일상은 늘 비슷하지만, 작은 행복과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려 한다. 글을 쓰는 지금은 저녁,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내일은 마루와 산책을 나서지 못하겠지만, 대신 헬스장으로 향해 약속한 것들을 지킬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작은 습관들을 꾸준히 쌓아 나가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묵묵히 지켜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을 빛나게 하는 가장 소중한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