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차] 단계적 목표설정으로 꾸준히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첫 번째 목표였던 삼십 일을 무사히 마치고, 이어 설정한 열흘의 추가 목표도 성실히 수행해 냈다. 오늘 아침도 기상 알람에는 반응하지 못했지만, 운동 알람 전에 일어나 커튼을 열고 창밖 사진을 찍었다. 창밖에는 예보대로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마루와 산책을 나갈 수 없다. 출근 전 젖은 마루를 씻기고 말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마루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나타나 나를 빤히 바라보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내가 이곳저곳을 오가며 준비하는 모습을 따라다니기도 했다.


함께 산책할 수 없기에 매정하게 등을 돌리고 혼자 현관문을 나섰다. 헬스장에 도착한 시간은 여섯 시 조금 지나.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아 제일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러닝머신에 올라 시작 버튼을 누르고, 기계에 달린 TV를 켠 뒤 휴대폰 유튜브를 실행해 운동을 시작했다.


오늘은 속도를 6으로 맞추어 빠르게 걸었는데, 크게 힘들지 않았다. 지난번 10분쯤 지나 힘겨웠던 때와 달리 몸이 훨씬 가벼웠다. 아마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걸으며 몸이 적응한 덕분일 것이다. 옆 러닝머신에도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워갔고, 어떤 이는 빠르게 뛰기도 했다. 마음은 뛰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곧장 시도했을 텐데, 이제는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알게 된 것 같다. 지금은 빠르게 걷는 수준이지만 언젠가는 달릴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으며, 그때까지 천천히 몸을 만들기로 했다.


삼십 분은 금세 흘러갔다. 땀이 흐르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무리한 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출근 준비를 했다. 오늘은 아들이 차를 쓰는 날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세찬 비가 걱정되어 장롱 속에 넣어 두었던 메신저 가방을 꺼내 책과 태블릿을 옮겨 담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우산을 들고 출발했지만, 쏟아지는 비에 젖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 얼마 되지 않아 양복 바짓단은 이미 축축이 젖어들었다. 종아리에 스며드는 축축한 감각은 기분 좋은 것이 아니었다. 다행히 바람은 세차지 않아 우산 각도를 잘 맞추니 상체는 젖지 않았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이미 깜빡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뛰어 건널 수 있는 거리였지만, 젖은 바짓단과 불편한 신발이 나를 망설이게 했다. 결국 신호를 놓쳤고, 기다리는 동안 탈 버스는 내 앞을 지나가 버렸다. 다음 버스를 타려면 10분은 더 기다려야 했다. 조금 일찍 출발했기에 지각은 아니었지만, 정류장에서 빗속을 피하며 기다리는 일은 불편했다. 다행히 정류장 안쪽까지 비가 들이치진 않았다. 나처럼 버스를 놓친 몇 사람이 함께 기다렸는데, 남자들은 우산을 접고 안쪽에, 여자들은 우산을 쓴 채 바깥쪽에서 서 있었다.


10여 분 뒤 버스가 도착했다. 안쪽에 있던 나와 다른 남자는 앞선 여자들이 먼저 오르길 기다렸다가, 우산을 다시 펴고 접는 수고를 피하려 재빨리 뛰어올랐다. 약간의 비를 맞는 쪽을 택한 것이다. 다행히 버스 안은 한산했고 빈자리가 있어 앉을 수 있었다. 버스 안은 언제나 다양한 모습으로 가득하다. 젊은 이들은 이어폰을 꽂고 휴대폰을 보거나,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을 잔다. 나 역시 전자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기도 하지만, 오늘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빗방울이 창에 부딪혀 냇물처럼 흘러내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젖었던 바짓단도 조금씩 마르기 시작했다. 버스는 정류장마다 멈추었고, 내 앞 좌석에는 젊은 여성이 올라와 앉았다. 그녀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가방에서 화장 도구를 꺼내더니, 정류장마다 멈출 때마다 정확하게 화장을 이어갔다. 나는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스레 보았지만, 기우였다. 버스가 종착역에 도착할 즈음 그녀는 전혀 다른 모습처럼 단정해져 있었다. 오랜만에 버스 안에서 화장하는 사람을 본 터라 더욱 눈길이 갔던 것 같다.


버스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태우고, 각자의 목적지로 흘러간다. 글쓰기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공통된 조언은 ‘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내 일상만으로는 글쓰기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버스 안의 작은 풍경들을 유심히 살폈다. 아직은 두서없는 기록들이 이어질 뿐이다. 소재의 활용도 서툴고, 밖에 내놓기 부끄러운 글도 많다. 하지만 매일 운동을 하겠다고 결심했듯이 글도 꾸준히 쓰려한다. 언젠가 이렇게 쌓여가는 글들이 제자리를 잡고, 더 부드럽고 좋은 글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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