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일차] 삶에서 되돌아보는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어제는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고, 아침은 어김없이 버겁게 맞이해야 했다. 그래도 운동 알람이 울리자 창밖을 내다보았다. 유난히 맑고 화창한 하늘이 반겨주었다. 비가 내린 뒤라 새벽 공기가 상쾌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밖에 나가니 예상보다 훨씬 차가웠다. 뜨거운 공기로 마지막 여름을 불태운 뒤, 이제는 가을바람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듯했다.


평소처럼 어깨가 드러나는 얇은 여름 티셔츠를 입고 나선 산책길은 생각보다 싸늘했다. 차가운 공기가 살결을 스치며 계절의 변화를 알렸다. 마루도 그 변화를 느꼈을까? 오늘은 평소보다 더 오래 걸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새벽 공기만 달라졌을 뿐인데, 왠지 이제는 여름을 놓아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전 읽은 『개미 오디세이』의 여운 때문일까. 산책을 하다 보면 자꾸 발밑의 개미들에게 눈길이 간다. 오늘도 화단 옆에 까맣게 모여 있는 작은 개미 무리를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들은 땅 위로 올라온 지렁이를 에워싸고 있었다. 자신보다 훨씬 큰 존재를 향해 쉼 없이 달려드는 그들의 움직임은 놀라웠다. 지렁이는 이미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개미들의 협공 속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책에서 읽은 대로였다. 개미들은 자신보다 거대한 먹이를 발견하면 협심하여 쓰러뜨리고, 운반하기 좋게 잘게 나누어 옮긴다고 했다. 어릴 적에도 나는 커다란 벌레를 여러 마리의 개미가 함께 나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단순히 힘을 모아 옮긴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 벌레는 굳이 나누지 않아도 옮길 수 있을 만큼의 크기였던 모양이다. 오늘 본 장면은 책에서 읽은 내용이 현실로 이어지는 듯한 순간이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이런 선물을 받는 일 같다.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다시 눈길을 주게 만들고, 잊고 있던 궁금함을 되살려 준다. 예전에는 책을 읽어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자주 생각했지만, 사실은 머릿속 어딘가에 깊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문득 떠오를 때마다, 그 기억의 조각들이 반짝이며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오늘도 그렇게 작은 기쁨 하나를 얻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사무실엔 여전히 복잡한 일들이 가득하지만, 나를 위한 선택 속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면 그 하루가 조금은 빛나는 것 같다. 지금은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지만, 아침의 그 상쾌함이 하루 종일 나를 지탱해 준 느낌이다. 반성해야 할 일들도 많지만, 오늘은 좋은 기억으로 위안을 삼고 싶다.


여전히 말을 줄이는 일, 그것만은 나의 숙제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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