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여지없이 알람과 씨름하다가 잠을 깨웠다. 운동 알람이 울려 눈을 뜨니 창밖은 여전히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후드득거리는 소리에 놀라 창가로 다가가니, 제법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루와의 산책은 어렵게 된 것이다.
잠시 고민이 시작됐다. 혼자 우산을 쓰고라도 걸을 것인가, 아니면 헬스장으로 향할 것인가. 망설이다 우선 책상 앞에 앉았다. 매일 읽는 두 권의 책을 차례로 펼쳐 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두 선택지는 자연스레 사라지고 필사와 공부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잘한 결정이라 여겼다.
그 덕분인지 아침을 의외로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미뤄두었던 일을 명확히 처리하고 출장을 나섰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 불편한 일이 생겼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젊은 직원에게 상황을 분명히 알려야겠다 싶어 불러 설명하고, 잘못된 점을 조심스레 짚어주었다. 하지만 그 직원의 표정에서 묘한 거부감이 느껴졌다.
‘당신이 왜 나에게 그 말을 하나요?’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직속 상사도 아니고, 단지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조언을 건넸을 뿐인데 괜히 괘씸한 기분이 들었다.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히 설명하고 돌려보냈지만, 마음속엔 찝찝함이 남았다. 요즘 흔히 말하는 MZ세대의 사고방식을 눈앞에서 본 듯한 느낌이었다. 혹시 내가 그들이 말하는 ‘꼰대’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실제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다독여 보아도 내 안에는 여전히 오래된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일해왔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일해왔다. 그런 나로서는 생각 없이 이전의 방식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방식을 알려주는 나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 앞에서 느끼는 불쾌함은, 어쩌면 아직도 소양이 부족한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