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일차] 비 오는 새벽의 망설임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by 천진의 하루

오늘도 여지없이 알람과 씨름하다가 잠을 깨웠다. 운동 알람이 울려 눈을 뜨니 창밖은 여전히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후드득거리는 소리에 놀라 창가로 다가가니, 제법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루와의 산책은 어렵게 된 것이다.


잠시 고민이 시작됐다. 혼자 우산을 쓰고라도 걸을 것인가, 아니면 헬스장으로 향할 것인가. 망설이다 우선 책상 앞에 앉았다. 매일 읽는 두 권의 책을 차례로 펼쳐 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두 선택지는 자연스레 사라지고 필사와 공부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시험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잘한 결정이라 여겼다.


그 덕분인지 아침을 의외로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미뤄두었던 일을 명확히 처리하고 출장을 나섰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 불편한 일이 생겼다.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젊은 직원에게 상황을 분명히 알려야겠다 싶어 불러 설명하고, 잘못된 점을 조심스레 짚어주었다. 하지만 그 직원의 표정에서 묘한 거부감이 느껴졌다.


‘당신이 왜 나에게 그 말을 하나요?’ 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직속 상사도 아니고, 단지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조언을 건넸을 뿐인데 괜히 괘씸한 기분이 들었다. 감정을 억누르며 차분히 설명하고 돌려보냈지만, 마음속엔 찝찝함이 남았다. 요즘 흔히 말하는 MZ세대의 사고방식을 눈앞에서 본 듯한 느낌이었다. 혹시 내가 그들이 말하는 ‘꼰대’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과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었지만, 실제의 벽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스스로를 다독여 보아도 내 안에는 여전히 오래된 고정관념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나는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일해왔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일해왔다. 그런 나로서는 생각 없이 이전의 방식을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방식을 알려주는 나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 앞에서 느끼는 불쾌함은, 어쩌면 아직도 소양이 부족한 내 모습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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