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늦게서야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루틴을 반복하고 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는 면에서는 좋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때면 맥이 풀리기도 한다. 그래도 산책 알람에는 일어나 산책을 나가는 것은 지키려 노력 중이다.
오늘도 힘겹게 몸을 일으켜 창밖을 내다 보았다. 새벽에 비가 내렸는지 바닥이 조금 젖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날은 혼자 운동을 가거나 산책을 나가야 한다. 일어나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움직였더니 마루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쩌면 나보다 날씨를 더 빠르게 느끼고 나타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집을 나섰고 역시나 비가내려 풀들은 이슬을 가득 품고 있었다. 휴일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월요일이기에 마루와 나오지 않은 것은 잘한 선택인 것 같다. 덕분에 나도 천천히 걸으며 오래도록 주변을 볼 수 있었다. 산책 길에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났고 인사를 건넸다. 오늘은 왜 혼자냐는 물음에 '비가 와서요.'라고 대답했다.
아파트 화단을 한 바퀴 돌았을 때 후두둑 비가 조금씩 나리기 시작했다. 우산도 없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서신 아주머니가 걱정이 되었다. 이미 멀리 가셨기에 다시 돌아오기보다 비를 맞으며 함께 걷는 것을 선택하셨을 것 같았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는 것은 하락할 수 있지만 쏟아진다면 아침부터 비맞은 생쥐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출근을 할 때는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량의 와이퍼는 세차게 움직였고 쏟아지는 비에 앞을 분간하기도 힘들었다. 신기하게도 터널을 지나고 나서는 비가 약해져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구름은 넘지 못하고 가진 것을 모두 쏟아내고 넘어온 듯 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여름은 멀리 떠나야할 것 같다. 떠나지 않는 여름에게 시위하듯 세차게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이번 여름은 매미가 울어대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왜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매미의 허물은 여러 번 보았는데 정작 여름이면 힘차게 울어대던 소리는 잠잠하기만한 것 같다. 유튜브에서 중국으로 부터 들어왔던 붉은 매미들이 자취를 감춘 이유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매미의 유충을 잡아 먹는 토종 개미가 있어 그것을 번식시켰다고 한다. 어쩌면 그것이 토종매미의 유충까지 소멸해 버린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올 여름은 찌는듯한 더위 속에서 눅눅함을 참지 못하고 지냈던 것 같다. 에어컨을 끄지 못하고 나 또한 지구의 온도를 올리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우리의 이 선택들이 반복되는 더위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지만 짧은 인내심은 어쩔수 없이 에어컨을 켜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우리에게는 여러 선택의 길이 놓여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선택함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되고 방향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