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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진을 친 하늘을 뚫고 나는 제주로 향했다

- 제주도에서 한 생각 #1

by 꽃부리


21년 3월, 바쁜 프로젝트가 끝난 후 나는 지체 없이 한라산에 가기 위해 내 몸을 비행기에 실었다.


큰 이유는 없었다.

그냥 조금 다른 여행을 하고 싶었고, 그렇게 5박 6일의 일정으로 제주를 누볐다.

3월 한라산 정상 근처 어딘가에서

짧았지만, 강렬했던 나의 여행.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나눈 기억은 은은한 주황빛 추억이 되어 내 마음을 자극했고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오겠다는 소망을 품은 채 다시 일상으로 복귀했다.


[3개월 후, 회사 소 회의실]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그 작은 공간에서 내가 내뱉은 말은 역시 팀장님을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아마 팀 내 불화도 없었고, 스트레스도 잘 받지 않는 나였기에 그랬으리라.

퇴사 명분은 "2개월 정도 쉬고 싶다"였다.


다행히, 20년에 하반기에 남미 여행을 계획하다가 코로나로 인해 잠정적으로 취소가 되어 '혹여 기회가 있으면 쉬고 싶다.' 언급해 왔기에 나의 퇴사는 긍정적으로 논의되었다.


그 자리에서 말은 못 했지만, 사실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나의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왜 가끔 보이지 않는가? 일한 지 몇 년 지나면 일 이야기 없이 대화가 되지 않는 일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나도 워라벨을 외치며 다양한 시도를 했었으나, 결국 큰 계기가 없다면

막을 수 없는 흐름임을 느꼈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 나는 퇴사를 이야기를 꺼냈다.

"불안하지 않으세요?"

훅 들어온 이 질문에 나는 당연하게도 "불안하다"라고 답해주었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어졌고,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린다는 보장도 없으니 당연히 불안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고립된 성에서의 삶이 아닌 세파가 올 때 살아있음을 느끼고 타인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게 아닌 불안하지만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나의 세계를 고정시키는 것이 아닌 일상을 여행하며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삶

그렇게 사는 것을 목표로 퇴사를 하는 것이기에, 불안을 알지만 도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퇴사 면담 후 누군가 나에게, "미소를 이렇게 잘 짓는 분인 줄 몰랐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 선택이 나를 위한 길임을 조금 더 확신하게 되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 날짜는 확정되었고

나는 차분하게 인수인계와 지인들과 식사를 하며 퇴사를 이야기했다. 퇴사 당일에도 별 다른 감흥이 들지는 않았다. 그냥 휴가 가는 느낌이었고 마지막에는 팀원들과 웃으면서 안녕을 이야기하며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를 지었다.

출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퇴사까지 무미건조했던 마음은 제주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설레기 시작했다.

안개가 깔리고 습기 가득 찬, 흔히 말하는 좋지 않은 날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애 상관이랴.

마음은 홀가분했고, 생각은 뚜렷했고, 나에겐 아무 할 일도 없었다. 오직 스스로 하루를 만들어 가는 것이 오직 나의 전부였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설렘을 품은 채

나는 구름이 진을 친 하늘을 뚫고 나는 제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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