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고 말았습니다. 꿈을 꾸었다고 말하지 않고 꾸고 말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제 의사가 아니었음을 한번 더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저는 꿈에서 누군가와 다투었습니다. 아니 실은 더 격렬하게 다투다 그 사람을 죽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살해한 것과 같습니다. 늑대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그 사람은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저를 계속해서 쫓아오며 신체적으로 저를 압박했습니다. 저는 어느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완력을 행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듯 싶었습니다. 꿈 속에서 말입니다. 그 후 저는 그 사람의 얼굴을 가격하였으나 그 사람은 흡사 정말 늑대의 신체를 가격하듯 꿈쩍도 하지 않아 하는 것입니다. 커다란 강아지의 얼굴을 걷어차 본 사람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놈들은 사람의 주먹 정도는 정말 꿈쩍도 하지 않고 지나갑니다. 저는 이 방법으론 이 폭력에서 도망갈 수 없음을 알아챘습니다. 폭력으로 맞불을 놓아 내 폭력의 강도도 있으니 더 이상 압박하지 말라는 식의 엄포는 통하지 않는 것이겠지요. 저는 쫓기면서 생각했습니다. 계속 쫓길 수는 없는 일이다. 왜냐면 평생 도망다닐 수는 없을테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 나을테지요. 그렇다고 멈추자고 하기엔 저 늑대같은 놈의 폭력에 사무치고 말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멈춰서 늑대를 물에 빠트려 죽이기로 결심했습니다. 근처에 마침 커다란 물통이 있었고 그것은 웬만한 성인 남성이 들어가도 남을 정도의 여유로운 볼륨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뚜껑이 덮혀 있었고 저는 그 뚜껑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을 것인지 빈 통인지는 알 수 없는 상태로 일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저 늑대를 이 통 안에 넣자. 가두자. 저는 그 순간에는 정말로 도망치기에도 다리가 너무 아프고 지친 상태였고 저에게 가해지는 폭력도 견딜 수 없는 상태라 그것을 멈추게 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그 늑대같은 인간의 작동을 정지시키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주먹을 뻗을 때 멱살을 잡고 여차저차해서 균형을 무너뜨려 내동댕이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후 얼른 그 사람을 들쳐메고 통을 열었습니다. 통 안은 물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봤을 때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럴 새가 없었습니다. 그 남자를 머리부터 통 안으로 쑤셔 넣은 뒤에 뚜겅을 닫았습니다. 아마 그 남자가 통 안에서 어푸어푸 하며 숨을 몰아쉬며 나온 다음에는 힘의 차이를 느껴 멈추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저를 다시 그 통에 집어 넣었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늑대같은 남자는 칼 같은 것을 숨기고 다닐 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칼로 위협하면 손 쓸 방법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라고 이유를 지금에서야 생각해보지만 사실 저는 무의식적으로 그 통 위에 올라 섰습니다. 제 몸무게로 그 남자를 나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몇초가 지나자 제가 밟고 있는 뚜껑, 말이 뚜껑이지 사실 무거운 돌판에 가까웠습니다. 여하튼 그것이 덜컹덜컹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숨쉬기 어려워진 그 남자가 통 밖으로 나오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 후로 정말 지옥같은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정말로 공포에 질렸습니다.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그 덜컹거리는 강도가 거세질수록 그 남자가 죽어간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 덜컹 덜컹. 덜컹 할 때 나는 통과 뚜껑의 마찰. 그런 것들이 그 남자의 분노의 메타포로 느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여기서 멈춘 뒤에 그 남자에게 이제 그만하자 하고 말한다고 들어줄까요? 아마 높은 확률로 다시 한번 승부를 봐야할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버텼습니다. 그 남자가 덜컹거리며 살려달라는 신호를 더욱 거세게 대응하며 밟아댔습니다. 저는 꿈이지만 거기서 정말로 살의를 강하게 느꼈고 그 남자가 더 이상 덜컹거리지 않기를, 아니 죽기를 바랐습니다. 그 덜컹거림과 제가 바닥을 짓밟는 행위의 박자는 누가 멀리서 봤다면 두더지잡기 게임을 하는 줄 알았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만큼 저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갔던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저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그 남자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얼마가 지났을까요. 고요해졌습니다. 모든게 끝났다는 뜻입니다. 더 이상 저를 쫓아오는 남자도, 도망갈 이유도, 다리가 피곤해질 일도, 맞을 일도 없어진 것입니다.
저는 사실 그 후로 어떤 일이 있던 별 상관없었을 것입니다. 왜냐면 이 글을 쓰는 지금은 그것이 꿈이었음을 알고 있으니까요. 꿈에서 무슨 일이든 못할까요. 더 해괴하면 할수록 개꿈으로 치부해버리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금도 제가 소름 돋게 생각하는 일은 제가 그 꿈에서 했던 생각입니다. 그래서 헷갈리는 것입니다. 혼란스러운 이유입니다. 저는 그 통이 차분해지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아, 이제 꿈에서 깨도 되겠다. 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곤 번쩍 놀라서 침대에서 눈을 뜬 것도 아니고 천천히, 아주 자연스럽게, 바이올린 연주자가 악장이 끝나고 다음 악보를 한 장 스윽 넘기듯 그렇게 꿈에서 현실로 페이드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을, 살의를 그렇게 느꼈던 그 순간의 시점이, 그 찰나가 꿈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살의를 느끼고 그러고 싶은 마음을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은 소위 위험한 인물로 분류되고 치료받아야할 사람이 아니었던가요? 저는 제가 그런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그런 사람을 오히려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제인지 오늘 새벽인지 모를 그 시간에 저는 그 꿈을 꾸고 말아버린 것입니다. 프로이트를 전공하거나 관련 서적을 읽은 사람이 저를 보면 무슨 말을 해버릴까요. 저는 어떤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마는 것일까요. 어제 자기 전에 생각한 오늘 할 일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면도를 한 다음 카페로 나가야지. 저는 오늘 그 일을 계획대로, 심지어 시간도 1~2분 오차 없이 계획한 그대로 수행했습니다. 마치 그 꿈이 나의 하루에 어떠한 영향도 없다는 것을 일부러 드러내듯 말입니다. 길을 나서니 사람들이 다시 보입니다. 그 사람들이 조금 무섭기도 합니다. 저 사람도 간밤에 어떤 꿈을 꾸고 말았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