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다시 힘들게 여행을 떠날까
여행이 끝난 뒤 돌아온 일상은 여행 못지않게 새롭다. 친구들과 여행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떤 사진을 폰 배경으로 할지 고민하는 그 시기. "역시 집이 최고지"와 같은 상투적인 말도 해보고 한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새로운 일상을 즐기기 위해 그 먼 곳으로 떠났나 보다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 기간은 길지 않다. 다음 여름휴가를 가기 전까지 일 년 동안 얼마나 자주 여행을 꿈꾸게 되는지. 상기된 기분이 얼마나 빨리 끝나는지. 호텔보다 편안한 귀국 첫날의 내 침대가 얼마나 빨리 익숙한 잠자리가 되는지.
왜 한 번의 여행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가. 끝나버린 여행은 왜 휘발되지 않고 어서 새로운 여행을 떠나라고 부추기는 걸까. 무엇이 우리를 매번 피곤한 비행과 불편한 잠자리가 있는 여행지로 다시 떠나게 하는 것일까.
지나간 여행에는 사실 만족보다 실망이 더 많다. 수많은 좌절을 반복하면서도 다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아직 만나지 못한 누군가, 가보지 못한 어딘가가 세상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믿음, 새로운 곳은 어쩌면 더 아름다울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이런 기대감과 동경은 낯설지 않다. 일상에서 점심으로 신메뉴에 도전하고 새로 나온 간식을 궁금해하는 이유와 같다. 삶에는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즐거움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우리를 살게 하고 곧 우리를 떠나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을 꿈꿀 때는 마치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낯선 곳에 떨어져서 누굴 만나고 무슨 일을 겪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예상치 못했던 즐거움과 미처 알지 못한 위험, 그리고 실망도 있을 것이다.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삶이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불만족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이 다시금 떠나기를 꿈꾸는 것 역시 모든 여행은 마치 삶처럼 아쉬움을 남기기 때문이다. 완벽한 인생이 없듯 완벽한 여행은 없다. 그리고 모든 인생이 그 자체로 완벽하든, 여행 또한 실패로 끝나버림으로써 완벽해진다.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무너지고 일상에 무뎌진 뒤에야 또 다른 곳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실패해야 다시 떠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영원히 다음 여행을 꿈꿀 수밖에 없다. 아직 가보지 않아서 아름다운 장소, 타인의 인생이 있는 어딘가. 여행은 불완전한 이곳에서 어쩌면 완벽한 천국일 수도 있는 저곳으로 떠나는 길이다. 반대로 또한 여행이란 완전했을 수도 있는 어떤 기회에서 불완전한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그 사이에, 그 흔들리는 피로한 길에 우리가 있다. 실망과 기대, 현실과 이상, 꿈과 땅 사이의 그곳. 여행지와 여행지의 사이 어딘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