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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 Jul 21. 2024

저녁 수영이 온 하루를 구원하는 법

운동 혐오자가 몇 년째 수영은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

직장인이 퇴근 후 수영을 가기란 쉽지 않다.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밥 먹고 바로 수영을 가게 되면 얹히는 기분이 들게 마련이고, 그래서 밥을 최대한 일찍 먹고 텀을 둔 뒤 수영을 가야 하는데 수영 타임테이블이란 게 그렇게 여유롭지가 않다. 수영장이 회사 바로 옆, 또는 집 바로 옆이면 좋겠지만 언제나 수영장은 조금 애매한 거리에 있더라. 두유 같은 걸로 저녁을 때우고 수영을 가든지, 아니면 저녁을 제대로 먹고 텀을 두고 수영을 한 뒤 집에 거의 11시 넘어서 도착하든지 둘 중 하나밖에 길이 없다.

요가는 그래도 요가원에 도착해서 후다닥 옷만 갈아입으면 수업에 들어갈 수 있지만 수영은 또 그렇지도 않다. 들어가기 전에도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갈아입어야 하고 나올 때도 씻지 않을 방도가 없으니 앞뒤로 시간이 더 걸린다. 모든 것이 시간 싸움인 직장인의 저녁에 수영을 끼워 넣기란 이토록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면, 하루종일 무겁게 짓눌려있던 모든 생각이 꽤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자유 수영이든 강습 수영이든 한 시간 남짓 음파음파 물속에서 숨을 쉬는 것에만 집중하며 팔다리를 젓다 보면 복잡한 것들이 날아가게 마련이다. 성인이 되어 수영을 배운 나는 아직까지도 물이 조금 무서운데 그래서 더더욱 그 한 시간은 다른 생각 할 겨를 없이 생존을 목표로 집중하게 된다. 50미터를 계속 왕복하는 수영의 특성상 처음에는 힘차게, 나중에는 힘겹게 레인을 오가게 되는데 ‘도착했다!’라는 작은 성공의 경험이 한 시간 동안 반복해서 쌓이다 보면 기분도 달라진다. 무엇하나 맘대로 안 풀렸던 하루라도 50미터를 스무 번쯤 왕복하고 나면 목표를 완성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나는 퇴근 후에도 일에 대한 생각을 쉽게 지우지 못하는 성격이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하지만 수영이나 요가를 한 날 만큼은 일단 몸도 힘들어서 푹 자게 되고 머릿속도 깨끗하다. 생각을 지우기에, 수영의 숨쉬기는 아주 효과가 좋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두 달치 수영 강습을 끊어두고 거의 절반은 가지 않았다. 어느 날은 회사가 너무 나를 화나게 해서, 어느 날은 퇴근길이 너무 더워서 수영보다는 맥주를 선택했다. 그래도 의지를 끌어모아 수영장에 도착했던 나머지 절반은 내 하루가 수영 덕분에 숨쉬기가 더 편안해진 기분이었다.

수영을 포함한 어떤 운동이든, 직장인이 퇴근 후에 시도하는 모든 액티비티는 단 한 번만 가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90%를 참여하지 못해 죄책감만 남아도, 두 달 치 수영 중 한 달 치를 날려버렸어도 어떻게든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던 노력은 남는다. 이번에는 너무 게을렀다는 아쉬움이 든다면 다음 시도에는 그보다는 한 번은 더 가게 되겠지. 실패가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분명 어느 하루는 숨쉬기가 더 편해졌을 것이다. 영원히 오지 않을 꽉 찬 두 달의 강습보다 당장 오늘 유혹을 이기고 다녀온 하루의 기억이 더 온전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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