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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 May 06. 2022

부럽지가 않은 삶

자랑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를 처음 듣는 순간, 이건 내 노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듣다 보니 반어법인가? 사실은 엄청 부러워하고 있는 노래인가? 하고 좀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런 부분도 장기하의 매력이니까. 도무지 어느 누구도 부럽지가 않은 사람, 누구든 나에게 맘 놓고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건 사실 엄청난 훈련이 필요한 일이기에. 


내 부모님은 부러움이 많은 분들이셨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놀기도 참 잘 노는 쿨한 분들인데 이상하게도 타인에 대한 부러움만큼은 털어내지 못하셨다. 당신이 가지 못한 대학에 간 친구, 작은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지인, 옆 아파트를 샀는데 집값이 많이 오른 이웃 등 부모님이 부러워할 사람들은 끊이지 않았다. 부모로서 별다른 흠이 없는 분들이셔서 그런지 부모님이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모습은 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았다. 어린 나는 그런 부모님이 이상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지금 행복한데 왜 자꾸 누구를 부러워하는 걸까? 


지금은 바야흐로 자랑의 시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다양한 행동을 오직 자랑하기 위해 했던 시대도 없을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자신의 모든 순간을 노출할 수 있고, 유튜브로 킨포크 잡지 같은 타인의 브이로그를 감상한다. 타인을 부러워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프레임화 하는 모든 이들. 장기하의 노래는 재밌고도 너무나 정확하다. 


아니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

그게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야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부러우니까 자랑을 하고

자랑을 하니까 부러워지고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부러울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열심히 살고 있기에 더더욱,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부러웠을 것이다. 내 눈에는 그들보다 부모님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을 뿐이다. 부모님은 아마도 순간순간 행복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부러워하셨을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나는 누군가를 부러워해서야 행복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식적으로 아무도 부러워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나는 정형화된 사회적 수순에서는 아무래도 성공이라는 궤도에 오르지 못한 것 같지만, 나름 행복하니까.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행동의 동기로 삼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람들은 대표적으로 버릇처럼 연예인을 부러워한다. 연예인이 얼마나 좋은 집에 살고, 이번엔 무슨 명품 옷을 입었고, 광고비로 얼마를 버는지에 대해 자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쩌면 그렇게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원하는 만큼 성공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건 목표가 아니라 남들의 부러움을 사는 위치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기하 노래처럼 십만 원을 가진 내가 백만 원을 가진 너를 부러워해서 그 자리에 오른 들 세상에는 천만 원 가진 이도 있기에, 결국 원하는 만큼의 성공과 만족은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닐까.


부러움은 훈련이 된다. 반대로 말하면 부러워하지 않기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이 훈련을 나는 정규 교육 과정에라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러움에 길들여져버리지 않도록, 잠시 부러웠다가도 일부러 그 기분을 털어낼 수 있도록 우리는 모두 마음을 훈련해야 한다. 경쟁과 자랑이 무한 증식하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에 그보다 더 필요한 훈련은 없다.


남을 부러워하지 않는 삶이란 가령 이런 것이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오 저기 좀 좋아 보이는데? 가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다만 '저렇게 놀면서 돈 버는 연예인들 너무 부럽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되지 않는 것이다. 친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호텔이 예뻐 보여서 따라 가보기도 하고, 카페에서 찍은 제일 예쁜 모습을 보정해서 올릴 수도 있겠지. 다만 나와 너의 삶에 오직 그런 완벽한 순간만 이어져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내 삶에도 그렇게 프레임을 씌우면 얼마든지 가장 예쁜 순간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않는 것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프레임 없이도 불안전하지만 반짝이는 내 일상들을 프레임보다도 더 사랑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서 입지가 커질수록 자랑할 것도 부러울 것도 많아질 것이다. 30대인 지금 친구들 사이에도 20대에 없던 격차가 생겼다. 그 선명한 차이 속에서 설령 내가 십만 원이 있어도, 또는 그마저 없어도, 진심으로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괜찮어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https://youtu.be/SzyB2xBqk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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