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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혜나 Sep 08. 2023

2023.05.25

일상은 단편이고 인생은 단편집이야. 그리고 난 네 편이야.


 나는 겁이 많은 성격이다. 때로 대담한 구석이 있긴 하나 그건 긴급상황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때 정도의 특이한 상황인 것이고, 난 그냥 겁이 많다.

 회피성향도 꽤 강하다. 직면하기보단 도망가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이러나 저러나 불편한 마음을 가지는 건 매한가지라는 소리다. 도망칠 거면 마음이나 편하든가 참 우스운 일이다.

 불확실성에 대해 많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어서 탈이다. 인생이란 게 불확실성의 굴레 그 자체인데 어찌 인생을 살면서 불확실성에 이렇게 공포감을 느끼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나는 늘 계획을 짠다. 계획 짜기는 불확실성을 주무르는 아주 좋은 무기다.

 그렇기에 요 며칠 스트레스를 퍽 받아왔다. 도망가지도 못하고, 불확실한 내일도 겹치다 보니 결국 겁도 불안도 내 몫인 것이다.

 그럼에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한다 따위의 자위적이고 자신을 치하하는 표현은 쓰지 않으련다. 그렇기엔 부끄럽기도 하고 막상 무언가를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이를 닦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

아무도 양치하는 사람에게 큰 일을 한다고, 고생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이는 그저 그런 일상적인 일일 뿐이다.


 글쓰는 것에는 자신이 있기에 글을 쓰는 데에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적은 크게 없지만, 이런 글은 또 나름대로 다른 의미의 용기가 필요하다. 나를 마주할 용기. 나는 거울을 잘 보지 않는 편인데 활자를 통해서는 나를 꽤 자주 마주한다.

 까만 글자를 통해 나오는 나는 꽤 신랄하기도, 애처롭기도, 때로는 한심하기도 하다. 뭐, 사실 사는 게 그런 일련의 행동들의 연속이지요, 생각들의 집합이기도 하구요.


 나는 지금 이 불안감들을 컴퓨터 속 작은 글자들로 하여금 형태로 잡아야 하는데-해야 할 건 또 뭐람- 머릿속에 왁자지껄 소란을 피우며 밀려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하얗게 칠해놓고 가는 걸 보니 참, 불안감 너는 불안감 그 자체로구나 싶다. 너 또한 네 존재가 불안한 게 아니니?

 이렇든 저렇든 시간은 가고 있는데 여즉 잠들지 못하는 이유는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람에서인가, 오늘이 끝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인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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