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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필적 글쓰기 Apr 28. 2016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그들의 분열은 예견된 일이었다.

 


 제국이 붕괴되는 순간이다. 제국의 상징인 우뚝 솟은 여신상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흙먼지가 흩날린다. 잔해만 남은 현장의 광경은 참담하기만 하다. 어벤저스 팀은 하나의 제국과도 같다. 위용 넘친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다. 견고해 보이던 히어로 제국은 영화 개봉일에 맞추어 와르르 무너진다. 팀은 분열되고 갈기갈기 찢긴다. 폐허만 남는다. 영화 막판 카메라가 비추는 각자도생하는 히어로들의 모습은 지진이 덮친 우르크 지역의 참상을 떠올리게 한다.



 필연적인 붕괴다. '히어로'란 무엇일까?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그렇고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도 그렇다. 옆동네 슈퍼맨과 배트맨도 그렇다. 히어로는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는 존재다. 히어로가 우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악당을 깡그리 때려잡는 이유는 하나다. 히어로는 악당으로부터 사람들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고자 한다.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가 응시하는 바는 다르나 그 눈에 맺힌 '상'만큼은 '소중한 존재'로 동일하다. 즉, 그들은 사람들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는 존재이기에 히어로인 것이다.


 그런데 어벤저스 팀은 그런 히어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히어로들이 서명하도록 강요받는 건 그들이 사람들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았다. 악당과 싸움을 벌이던 중 완다(엘리자베스 올슨)는 염력을 사용해 폭탄을 잘못 건물로 날린다. 건물이 폭발하며 숱한 민간인들이 다친다. 이 사건으로 누군가는 소중한 가족을 잃었을 테다. 한 가지 사건에 불과하다. 히어로가 작전을 수행하던 중 무고한 피해자를 발생시킨 예는 이외에도 더 있다. 복수의 중심에 선 지모(다니엘 브륄)는 소코비아 사건에서 부모님을 여읜다. 그는 아이언맨이 소중한 가족을 빼앗아 갔다는 생각에 이를 간다. 사람들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지 못해 질타받는 히어로의 모습은 영화에서 거듭 나온다. 히어로 제국의 붕괴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붕괴된 제국의 파편들은 히어로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영화에 '히어로'는 없다. 이렇다 할 '악당'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피해자'만 있을 뿐이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고통을 체험한다. 그럼으로써 돌아본다. 히어로로서 사람들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는 것이 왜 그리도 중요한 것인지 그 의미를 되새겨 본다. 아이언맨은 자신의 소중한 가족을 앗아간 인물이 윈터 솔저(세바스찬 스탠)였음을 알게 된다.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는 폭탄 테러로 소중한 자신의 아버지를 여읜다. 캡틴 아메리카가 윈터 솔저를 위해 그리도 고군분투하는 건 소중한 존재를 잃지 않기 위함이다. 영화 속 히어로들은 하나같이 기능 잃은 히어로들이다. 그들은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피해자'의 입장에 서 있다. 그 위치에서 '아픔'을 체험하며 그들은 그간 그들이 간과했던 중요한 가치를 하나 발견한다. 



 끝은 분열이다. 잿더미만 남았다. 하지만 나는 그 미래가 어둡지 않음을 안다. 히어로 모두 '피해자'의 위치에 서 봤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놓쳤던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내일의 히어로는 어제의 히어로와 분명히 다를 테다. 눈 앞에 나타난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이전보다 훨씬 듬직한 히어로의 모습에 가까울 터다. 분열은 쓰라리나 그것은 성장의 계기를 제공했다. 히어로들의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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