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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필적 글쓰기 Jul 16. 2016

1:N의 비극

승리가 선점된 비율 게임


 

 처음

1:11의 비극

열한 살들이 모인 교실의 스케치. 2열 종대로 형성된 네 블록. 그중 복도와 가장 가까운 분단. 각 분단엔 열두명. 뎅뎅뎅 수업 종소리를 서곡 삼아 돌아가는 휴지 쪽지. 시계방향으로 영차 영차. 모두가 동의한 자가 추대된다. 그날의 따. 형식은 일일 중임제인데, 여기에서 함정은 '중임제'다. 그래 봤자 휴지 투표는 '민주'를 대외에(그래 봤자 옆 분단과 옆 옆 분단과 옆 옆 옆 분단) 남발하기 위한 수작질이다. 투표에서 뽑힌 '그날의 따'에게는 각종류의 불공평이 주어진다. 그날의 따는 급식의 메인 요리(돈가스, 스파게티, 미니버거, 메인 요리가 비빔밥인 날에는 나물류와 고추장을 배급받을 수 없었다)를 맛볼 수 없고 종례 전 분단 청소를 혼자 도맡아야 하며 하루 종일 아이들의 잔 시중들기를 기꺼워해야 했다. 나? 나는 11에도 서고 1에도 섰지. 나는 고추장 비빔밥을 먹지 못한 그 원통의 수요일을 여전히 추념한다. 1은 어떻게 정해지냐. 잘못? 사소한 실수? 그런 건 없지. 이 시스템을 책임 하는 우두머리가 투표의 스타트를 끊는다. 그가 두루마리 휴지 네 칸을 뜯어 네 겹으로 접으면 우리는 모진 필기에도 휴지를 찢지 않을 부드러운 볼펜을 골랐다. 1인 1표에 오픈 투표. 우두머리가 아무개의 이름을 쓰고 관행에 따라 앞자리 아이에게 투표용지를 건넨다. 아이는 우두머리가 쓴 이름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 된다. 그다음 아이도, 그 다음다음 아이도, 그렇게 나도, 내 짝꿍도. 그러다 내 이름이 일곱 번 적힌 휴지를 받아 들게 되는데, 찰나의 당황과 이내 드는 이성. 그 이성을 챙겨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오늘이 5교시까지 있는 날인가 6교시까지 있는 날인가를 체크, 점심 급식 메뉴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우두머리는 나름의 형평을 맞추고 있었다. 형식은 중임이었으나 연속 이틀 동안 같은 아이가 '그날의 따'가 되는 잔혹은 없었다. 그렇담 그 애가 왜 선택권을 쥐고 있느냐고?  힘이 셌으니까. 키가 유달랐으니까. 담임과의 커넥트가 각별해 보였거든. 반대항 피구 시합에서 피구공을 상대편에 날렸는데 과연 마하의 속력이었거든. 이 체제에 반항했다간 나 자신이 타도의 대상이 될 것 같았거든. 까마득한 나이였다. 잘못을 잘못이라 말하면 제 손해라는 영악함을 아는 어린 나이. 11은 11을 무기로 1의 하루를 구겨버렸다. 누구나(우두머리 제외!) 2주에 한 번씩 겪게 되는 그날의 따는 그렇게 두 달간 지속됐다. 한 바퀴를 돌아서 오직 한 명의 이름이 열두 번 적힌 투표용지는 도로 우두머리의 책상 위로 간다. 자, 이제 그날의 따가 정해졌으니 오늘을 우렁차게 생활해보자! 사실 이 게임은 우두머리 1을 위한 11의 배틀 로열이었다. 이 불합리한 거대수의 폭력. 그리고 아직도 기억한다 그 모순. 월요일 1교시는 도덕이었다.




 다음

4:7의 비극

공영방송에 세월호 관련 보도 지침을 내렸다는 현직 의원이 문제다. 동시에 현직 의원이 문제가 아니다. 관제 아래 있는 공영 방송이 문제다. 이 시스템이 문제다. 2016년에 정언유착이란 빈사어瀕死語를 공공연히 들을 줄이야. 왜 끊임없는 관제 보도 논란이 나오는 걸까. 공영방송의 사장 인선의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최종이 있다면 중간 과정이 있을 터. 그 중간은 KBS 이사회가 이끈다. 이사회는 과반 합의로 인물을 제청한다. 그럼 그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이 되는가 하니. 총 11명으로 구성이 되는데 여당 측이 7명, 야당 측이 4명이다. 4:7의 비율 게임에선 과반 합의보단 일방 추진이란 단어가 더 적합한 듯 보인다. 공영방송의 사장이 이렇게 결정이 되는데, 그 사장 이하의 직원들은 어떻게 그로부터, 그 위의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부자유 속에서 자유를 외치는 용맹마저 여러 지침으로 사그라들었다. 깊이 속상하다. 이 불합리한 비율 게임.




 마지막

9:18의 비극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측 9명, 사측 9명, 공익위원 9명. 공익위원은 정부발 인사.

2017년 최저임금 6470원.

6470원으로 주 40시간 근로, 월 생계비 135만 원.

최저임금위원회 2015 미혼 단신 근로자 월 생계비 150만 원.

통계청 2014 도시근로자 1인 가구 한 달 평균 지출액 166만 원.

심지어 지금은 2013년이 아니고

2016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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