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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필적 글쓰기 Sep 17. 2016

추석 특선 불평



한 한없이

가 가해지는

위 위압



명절은 과연 대목이다. 납작 죽은 지갑에 새 살을 틔울 수 있는 기회!

막내 이모는 통이 크다. 원래 나길 그렇게 난 건 아니고, 나서 살다 보니 돈이 늘어 통도 더불어 자란거다.

막내 이모가 가방에서 흰 봉투를 꺼낸다. 

돈은 바로 나오지 않는다. 꽁돈엔 혹이 달린다.

질문 시작.



초등학생 땐, 수학 진도를 물었다. 복합연산에 진입했다고 하면 마침, 점수도 물었다. 

중학생 땐, 수학 선행 여부를 물었다. 나는 수1에 도달한 적이 없어서 매번 부진아였다. 

고등학생 땐, 부쩍 큰 막내이모의 아들이 내 방을 몰래 들여다보다 낄낄 웃으며 거실로 나갔다. 누나는 인강 들으면서 필기도 안하고 웃기만 한대요~ 이모는 내 점수를 굳이 묻지 않았다. 곧 물어질 질문에 대한 답을 아들이 대신 줬기 때문일까.



명절은 청문회인가. 

점수는 산술적으로 1부터 100까지 100개의 경우가 있지만, 경험적으론 단 두개의 경우만 있다. 공부를 잘 한다와 못 한다. 

나는 잘 한다와 못 한다 두 가지로 소년기를 어림당했다.

없던 죄를 갖게 되었다. 

무전유죄라고? 명절유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여러 물음이 오갔다. 

취업이란 노골적인 단어만 숨겼을 뿐, 내놓은 패는 도로 취업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싸가지가 배설되나. 나는 부족해진 싸가지로 대답했다. 

제가 알아서 해요 이모 하하하



나는 여전히 백수이고, 이모는 여전히 돈이 많다. 이모는 항상 그랬듯 질문을 마치고 가방을 뒤졌다. 뒤지는 손이 우물쭈물댔다. 나이 찬 조카에게 용돈을 줄까 말까, 했던 걸까. 

이모는 용돈을 주셨다.

여전히 내 지갑은 빈 쌀통이다. 그러나 그 돈이 반갑지 않았다. 몇 년재 동결된 용돈 탓은 아니다.

돈 앞머리에 붙는 지긋지긋한 부산물 때문이다. 하나같이 '하이 오아 로우'인 그 질문들.



왜 물어져야 하는지 모르고 물어지는 점수와 등수와 취업의 여부와 연봉의 고저.

명절이 청문회야?

청문회보다도 더 질긴 청문회지. 

얼마 전 누구처럼 눈물 농사로 대충 무마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러고보니 나는 매 명절마다 못난이였나ㅋㅋ




내년에 또 뵈어요. 

제가 용돈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상 명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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