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이 가져다준 로또
나는 자랑스러운 방송대, 이러닝 대학원생이다. 음, 공부하는 걸 생각하면 조금 창피한 대학원생이다. 우연히 만난 이 학과가 좀 괜찮은 학과라서 자랑하고자 한다. 혹시 관련 분야 공부를 할 생각이 있으면 여기서 하라고 권하려고.
연세대학교에서 강사로 강의 중이다. 학사 학위 밖에 없다. (투명해서, 탁월해서, 인품이 좋아서) 존경하는 담당 학과장님께서 석사학위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계약직 법 때문에 언제 시행될지 모르는데 시행되면 학사 학위로는 더 강의하기 어려울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 전에도 몇 번 필요한 경험도 있고 해서, 그래서 시작했다. 아랍국가 강의 의뢰도 "학사인데요"라고 해서 끝났다. 연변과기대도 최소 석사학위가 필요했다. 세종대 강의도 학위 부족으로 마지막에 취소되었다.
주위에서 숭실대 전산과를 권해주셨다. 대박이었다. 소프트웨어 특성화 대학이라 학비 지원, 미국 조지아텍 공동학위 수여, 미국 학비와 항공료 지원! 미국 유학 준비 중에 입사해서 날아간 기회, 미국 취업 이민 진행 중 애국심에 호소하는 누구의 이야기에 날려 보낸 기회. 내게는 미국 가서 지내볼 기회가 없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난 한국 토박이다... 사람들이 외모와 하는 행동 등, 다양한 이유로 나를 토종으로 안 본다. 나는 토종이다! 미국 최고 오래 지내본 게 20일이다.)
문제는 5학기 정도 full time 학생이라야 한다는 것. 이미 DB진흥원에 향후 3년 강의 약속을 구두로 했다. 맡은 회사 씨퀄로도 운영을 해야 한다. 가족의 생계도 책임져야 한다. full time 학생은 눈물을 머금고 접었다.
다른 학교들을 알아보니, 등록금 500만~1200만 원, 최소 5학기. 그 돈만 해도 최소 2500만 원~1억.
토요일 혹은 평일 저녁. 당시 요일마다 모임, 거기도 책임이 있어서 그만둘 수 없고, 토요일에는 주요 모임들이 주차별로 득실 득실... 그래도 생각해 보니, 시간은 포기를 해야 했다.
그러다 누가 내게 말해줬다. "방송대에 대학원도 있어!"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마침 등록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 급하게 서류를 챙기기 시작했다. 난 사회학 전공... 하지만 하는 일은 전산이다. 그 분야에서 90년부터 일했으니, 25년 이상을 일한 셈이다. 그래서 전공을 하지 않았지만, 전산 전공을 생각했다.
서류 다 준비하고 학과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쓰려고 홈페이지 접속했다. 그런데 이러닝 학과가 눈에 들어왔다. 가르치는 과목을 보니 오픈소스, 교육 공학..... 뭐지? 이러닝이 뭐지? 그러다 내 나름 쉬운 결론을 내렸다. 컴퓨터 + 교육학.
"아... 이거 괜찮겠다. 교직 이수를 했으니, 교육학도 공부한 셈이고, 컴퓨터 이론은 부족해도 실무는 25년이니 그래도 해보면 따라갈 수 있을 거야. 생으로 컴퓨터만 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어. 게다가 가르치는 거 무지 좋아하잖아!"
온라인으로 수업 듣는다. 오가는 시간을 과격하게 줄인다. 밤에 자는 시간 줄이면 되지 뭐! 일과 모임 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으니 이게 어디야!
학비가 학기당 100만 원 정도. 대박! 대학원 졸업할 때까지 드는 돈이 다른 대학원 한 학기 학비 정도밖에 안된다.
그렇게 나의 방송대 이러닝 생활은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