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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혁 May 24. 2016

방송대, 이러닝 학과 소개(2)

로또를 열어보니 고생길

지원자가 몇 명인지도 몰랐다. 그냥 면접 갔다. 붙었다. 그냥 합격하기 쉬운 가보다 했다. 아니다! 지인의 친구들이 지원했는데 많~이 떨여졌단다. 그런데, 오리엔테이션 가보니 정원 미달이다. 뭐지? 교수님들이 약간의 절대기준을 가지고 미달이 생겨도 안 뽑는 거란다. 그리곤 가을 학기에 추가로 뽑았다. 

오리엔테이션에서 학과 소개, 과목 소개, 그리고 입학생 인사가 있었다. 나는 좀 늦었고, 마지막에 소개를 했다. 과목 소개를 듣다 보니 허걱, 잘 못 온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만치 않다. 그래서 내 소개를 할 때 내 진심 그대로 말했다

여러 학과들 중에서 만만해 보여서 이러닝 학과를 선택하고 지원했습니다. 와보니 잘 못 온 거 같습니다. 젤 빡센 과를 온 거 같네요.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 좀 해 볼.....까......합니다.


진심 그랬다. 그리고 첫 학기에는 무조건 꼭 들어야 한다는, 선배들이 그렇게 겁주며 즐거워하는 이러닝 방법론을 들었다. 말이 이러닝 방법론이지, 그냥 "논문 잘 쓰기 특별 훈련" 이었다. 동기 중 한 명이 이렇게 외쳤다. 

나 영문과 온 거야? 이러닝 학과 온 거야?

그렇게 첫 학기가 시작되었다. 정말 몇 주 빼곤 매주 과제, 과제, 과제.  그것도 험악했다.

2주 차 논문 스타일에 대해 조사하라

3주 차 관심 분야 논문, 국내 7, 해외 (즉 영어!!! 3편)을 찾아라 (다행이다! 찾기만 해라였다)

4주 차 찾은 논문의 "논문제목/저자/발행연도/학술대회 or저널 분류"의 목록만 제출해라. 그리고 추가적으로...

    1. 논문 주제 발굴 방법 중에서 자신이 선택한다면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를 사유와 함께 작성 (0.5page)

    2. 연구논문과 연구논문 아닌 것의 차이점을 자신의 의견을 첨가하여 정리, 제출(0.5 ~ 1page)

    3. 자신이 논문을 작성한다고 생각한 후 제목과 목차를 만들어서 제출


점점 험악해진다.


5주 차 "보고서(Report), 명세서(Specification), 설명서(Instructions), 제안서(Proposal), 논문"에 대해서 토론하고, 과제 방에 정리하여 제출하시오.


7-8주 차 텀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작인 계획서를 작성. 텀 프로젝트 계획서와 참조 논문 분석서 까지 해서 2개 다 제출


그리고 결국 미니 논문 하나 작성해서 제출하는 것이 기말고사를 대체한다. 매학기, 이런 식이다. 어느 혹독한 분은 매주 논문 두 개씩 분석해서 요약 비판해야 했다. 그리고 기말에 논문 한편 제출. 그러니 몇 학기를 지나면 논문은 학기 수 혹은 그 이상 써보게 된다.


수업은 다양했다. 학생들도 다양했다. 여기 왜 와 있나 싶은 고학력자도 제법 보였다. 박사학위 몇 개 가진 사람, 네이티브 수준의 언어 구사자들, 다른 학교 교수. 나도 꽤 나이 있는데 나이 서열 10위 정도쯤 돼 보였다. 첫 학시 수업 마치고 누구는 논문 주제를 "온라인 수업 중도 탈락자의 원인과 방지대책"으로 잡을 만큼 그만두고 싶었다. 


어디 가서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들어봤는데, 공부도 하며 일 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그랬다.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이런 글(온라인 수업 듣기와 자기 관리 - 내가 생각하는 여섯 지침 ) 도 썼다.


논문 쓰고 졸업하겠다고 서약을 했지만, 학교 공부하며, 돈 팡팡 못 버는 회사에서 급여 주며, 논문 쓰기는 어려웠다. 중간에 한 학기는 F를 받았다. 기말 논문을 쓰지 못했다. 죄송하게도 졸업 논문 약속은 못 지키고 성적만으로 졸업할 예정이다. (이번 학기 F만 안 받으면)  (교수님! 죄송합니다. 논문은 학회 논문 두 편으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지금 맘으론 후일에 학회 발표 논문이라도 쓸 생각이다. 학기 마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보지만, 화장실 나온 다음 마음이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결코 만만한 곳은 아니지만, 지독하게 힘든 것만도 아니다. 특히 함께 하는 동기들로 인해서 큰 힘이 되었다. 매주 문자 보내며 닦달하는 박지수 튜터님 때문에도 낙오하지 않았다. 좋은 성품의 교수님들께도 배울 것이 많았다. 첫 두 학기는 상당히 많은 주마다 토요일에 모여 대학 1학년처럼 책 나눠서 스터디하고, 요약 발표하고, 숙제했었다. 그 덕에 살아남았다.


로또인 줄 알았는데 고생길이었지만, 가치 있는 고생길이었다. 그게 지금 마쳐가는 시점의 내 소감이다. 그러니 지원할 맘 있으면 지원하시라! 이러닝 학과, 참 매력 있다. 미래 산업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미래 학습의 큰 기둥이다.


사실, 방송대 경험이 꽤 괜찮아서 졸업하면 좀 쉬다가 또 다른 전공으로 공부해 볼 맘까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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