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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혁 May 28. 2016

죽일까요? 살릴까요?

어떤 작은 것의 놀라운 힘!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으세요? 그럴 리가요!

누굴 살려 본 적은요?

그럼 누굴 죽이고 싶었던 적은요?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작은 펜 하나 사람을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려먼 조금 훈련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별로 훈련받지 않고도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말입니다! 예,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바로 이 "말" 말이지요!

죄송합니다! 여러분은 살인자입니다! 아니라고요?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곧 죄를 자백할 겁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힘의 근원이 있지요. 수력, 화력, 풍력, 원자력.... 그럼 그중에 어떤 힘이 가장 싸고, 가장 강력할까요? 저는 그게 말의 힘(言力)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제가 그 증거 세 가지를 대 보도록 하겠습니다.


증거 1

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무엇일까요? 생존 한국어인 "안녕하세요, 얼마예요, 감사합니다"를 제외하고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빨리빨리!"

입니다.

이쁜 자녀가 밥을 먹어야 할 때 뭐라고 말하죠? 그냥 "밥먹어"면 충분한데 "빨리 먹어" 라고 합니다. "빨리 먹다 체해라" 이런 뜻일까요? 길 건너오는 자녀에겐 또 뭐라고 하죠? "이리 와"면 충분한데 "빨리 와" 라고 합니다. "빨리 오다가, 넘어져서 무릎 깨라" 이런 뜻인가요?

저는 오래전 tour conductor(현지 가이드 말고 그냥 가이드)라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항에서  여행객을 모시고 갔다가 다시 데려오는 게 임무입니다. 호텔, 항공 등에서는 tour conductor에게 잘 보이려고 합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이용을 하니까요. 이집트의 시골 에 있는 호텔에 갔습니다. 카이로도 아닌 시골에 말이지요. 호텔 종업원이 제가 tour conductor인 것을 알고는 다가옵니다. 제 가방을 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곤 묻습니다.

"Japanese?"

"No, Korean."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호텔 보이, 제 가방을 양 손에 들더니 냅다 뛰면서 외칩니다.

"빨리빨리, 빨리빨리!"


처음에는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러나 곧 민망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한국이 다그쳤으면, 단지 한국인이라는 말 한 마디에 이런 반응이 나올까?"


한국은 그 말, "빨리빨리"처럼 초고속 경제 성장을 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 없습니다. 남들 150년에 하는 경제 성장을 30년 만에 해 냅니다. 건물도 무지 빨리 짓습니다. 인터넷도 무지 빠르게 연결합니다.


그리곤, 그 말처럼, 빠.... 르... 게.... 무너집니다. (털썩!)

삼풍 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무너집니다. 닷컴 버블이 불더니 이 역시 무너져 내립니다. 경제도 외환위기 앞에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말대로 되었습니다!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증거 2

이어령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한국말에만 있는 독특한 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말에만 있는 독특함이 뭘까? 그리곤 어렵지 않게 찾았습니다.

"죽.겠.어!"


날씨가 더우면 "더워 죽겠어!", 추우면 "추워 죽겠어!"

아이가 너무 이뻐도 그냥 이쁘지 않습니다. "이뻐 죽겠어!"

합격을 했습니다. 승진을 했습니다. "좋아 죽겠어!"

아니 왜 죽습니까? 그렇게 좋은데! 살아야지요!


30년 전 이 사실을 발견하고,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죽겠다고 외치는데, 한국은 그 말대로 죽어 갈 거야!"

그런데, 어? 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자살률 1위!

한국은 암으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로 죽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올림픽이 열1988년, 1년에 10만 명 중 일곱 명이 자살로 죽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대략 한 명씩 증가합니다. 2010년에는 32명이 자살로 죽었습니다. 아무 느낌이 없으시죠? 다시 풀어 보겠습니다. 300세대 아파트 전 주민(1200명)이 한 달이면 자살한다는 겁니다. 울릉도 전 주민(1만 명)이 8개월이면 자살한다는 겁니다!


말대로 되었습니다!


"죽겠다"만 그런 게 아니라, "미치겠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은 그렇게 미쳐가고 있습니다.

말에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증거 3

그래도 여전히 못 믿겠다면, 이렇게 한번 해 볼까요? 여러분 옆 사람을 마주 보시고, 진지하게 말씀해주세요.

"넌 석 달 뒤에 죽을 거야!"

그렇게 감히 말씀할 수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말씀해주세요.

"넌 석 달 뒤에 죽을 거야!"

말에는 매우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사람 하나 죽이는 것 생각보다 쉽습니다. 매일 부하 직원을 보며 매일 이렇게 말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에휴...... 저런 게 직원이라고.... 내가 죽지, 죽어!"

사랑하는 자녀에게 "돼지야~", "못난아!"라고 할까요? "너 때문에 내가 죽겠다", "내가 미치지 에휴!", 더 나가서는 "나가 죽어라"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제게는 이쁜 두 딸이 있습니다. 그중에도 둘째는 정말 심히 이쁩니다!

제 잘 못으로 이렇게 이쁜 둘째 딸 세라를 죽일 뻔했습니다. 이쁜 첫째 딸, 네 살, 그때 심히 이쁜 둘째 딸이 태어났습니다. 사람들이 첫째에게 이쁘다고 했는데, 둘째가 심하게 이쁘니 첫째 듣는 데서, 둘째 보고 "너~~~ 무 이쁘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말 알아듣는 첫째에게 상처가 될까 봐, "둘째는 귀엽고, 첫째가 이쁘다"고 말을 돌렸지요. 이게 둘째에게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면 숨고, 사진기 들이대면 울고, 친구들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자존감 바닥의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게 다 아빠에게 이쁘다는 말을 못들어서 벌어진 일입니다. 긴 이야기입니다. 궁금하시면 이 글과 그 뒷 엮인 글들을 읽어보세요.  


그렇게 자존감 바닥까지 내려간 세라를 살리기 위한 첫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해결 방법은, 말 몇 마디였습니다. 진심 어린 작은 칭찬이었습니다. "세라는 자전거 정말 잘 타!", "응 아빠는 세라가 너무 이뻐!" 처음에는 믿지 않던 세라도 매일 이런 말이 반복되자 달라졌습니다. 그렇게 세라는 살아났습니다! 지금은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외계인 중2" 아닌 "정상아 중2"로 자라있습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말에는 엄청난 힘이 있을 뿐 아니라,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합니다. 매일 "죽겠다. 미치겠다."라고 외치면서 자신을 죽이실래요? "
아니면, "넌 정말 멋져!" "와 나 정말 바빠쁘지만, 살아 있는 거 같아!"라고 말하며 누군가를 살리실래요?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죽일까요? 살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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