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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혁 Jun 02. 2016

스스로 챙기는 자신의 가치

넌 괜찮은 사람이야!

1. 수년전 ㄱ 대학

특강 하러 갔었다. 일단 집중을 안 한다. 게다가, 학생 중 한 명은 대놓고 내 앞에서 화장을 한다. 뭐하는 짓인가 싶어서, 계속 쳐다보며 강의했다. 나랑 눈 마주쳤다. 

"왜?"

라는 식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계속 화장한다. 

처음 경험했다. 충격을 받고 돌아와서 요즘 대학은 그러냐고 주위에 물어봤다. 고등학교에서 그런다는 말은 들었지만, 대학도 이럴 줄은 몰랐었다. 



2. 3년 전 즘 ㄴ 대학

특강 하러 갔다. 폰 보는 건 당연하고, 집중 안 하고, 떠들고, 옆 사람과 키득 거리고...... 그래서, 강의 중단하고, 심하게 야단을 쳤다. 


너희들이 그러니까 명문 대학에 비해 떨어지는 거야! 

사회가 불공평해! 우린 취직도 안되고...
라고 말할 이유도 없는 거야. 누군가의 이야기에 집중도 못하니 업무지시를 해도 알아듣지도 못하지, 고객이 말하면 들어주는 자세도 안되어 있지

그런데 기업이 왜 너희들을 뽑아야 할까? 기업이 명문대만 뽑는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너희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이거 배워서 뭐에 쓰겠어? 너희들은 인성부터 길러야 하니 더 강의하지 말자!


그날은 원래 하려던 강의 중단하고, 성품에 대해 한참을 강의하고 마쳤다.




3. 며칠 전 ㄷ대학

이게 뭐야? 담당 교수님이 먼저 올라가셨다. 오늘 행사의 의의와 나를 소개하셨다. 그동안 학생들은 극히 일부만 듣는 것 같았다. 좀 어이가 없었다. 언제부터 이 학교가 이 모양이 되었나? 어떻게 교수님이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렇게 소란스러울 수가 있을까? 수업시간의 정숙함은 오로지 학점 때문이었던가? 


내가 특강을 시작해야 했다. 여전히 강사가 나왔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일부. 

이걸 그냥 버럭 화를 내 버리고 가버릴까? 

싶은 맘이 잠시 있었다. 내 소개도 하지 않고 youtube 영상부터 틀었다. 그리고, 역시 야단을 쳐주었다. 


과거 내가 만났던 어떤 대학보다는 낫지만, 너희도 이젠 이렇게 망가진 것인가? 과연 너희가 이 학교 학생 맞나? 어떻게 강사가 앞으로 나왔는데, 떠들고 무시할 수 있는 거냐? 그러고도 봉사활동으로 나간다고 모인 사람들이냐? 


그래도 여긴 달랐다. 청중들은 반항하기보다는 자세를 바꾸었다. 덕분에 이후 강의는 집중하는 청중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4. 매 맞는 아내들

아주 아주 오래전 어찌하다가 매 맞는 아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분들이 하는 말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희 남편이 보통 때는 괜찮아요. 술만 마시면 그래요


아니다! 다른 남편들은 술 마셔도 안 그런다. 그분들은 술 마실 때 바뀌는 그 남편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내 생각에 술, 마약, 도박, 폭력 - 이런 것들은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중독" 증세라고 생각한다. 성인이 아닌 이상, 부부라고 해도 감당하기 힘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말고 거기서 벗어나야 한다. 홀로 힘이 안되면 다른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 




의외로 자신의 불공평한 처지를, 학대받는 상황, 부당한 대접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강자는 약자를 더 억압한다. 그래도 아무 저항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이런 일이 너무 많아서 이젠 무감각해지고, 화도 안 날 지경까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뭘 해야 할까? 우리는 어찌 살아야 할까?


첫째, 부당함을 인식해야 한다.

가끔 불쌍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자신이 부당하게 대우받는 것 자체를 인지 못한다.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성폭행/추행하고 무죄 판결을 받는 이번 사건들의 피해자들이 그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직장이나 사회에서 그런 부당함을 받고 있으면서도 인지 자체를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공부해야 하고, 주위에 알려줘야 한다.


둘째, 부당함을 참지 말아야 한다.

부당함을 참아주면 계속 부당하게 대접한다. 이걸 사랑과 희생과 헌신의 맥락으로 몰아가는 건 정의와 공의라는 측면을 일부러 묵살하는 것이다.

때리는 남편에게서 도망쳐야 하고, 형편없는 대우에서 도망쳐야 한다. 필요하면 탈 한국이라도 해야 한다. 국민이 다 사라지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원이 다 퇴사하면 뭘 어찌할까? 교인이 다 떠나면 뭘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셋째, 부당함을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탈출해도 살 길이 없으니, 그 자리에 눌러앉는다. 혹시 그 자리를 벗어나더라도 다른 절실한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 악순환이 끊어지려면, 사회 전체가 그 자리를 거부해야 한다. 너무 순진한 접근이라고 해도 할 나로서는 이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ㄴ우유 불매 운동? 하다가 흐지부지. 계속할 수 있게 동참해주고 퍼뜨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박혀야만 이젠 부당한 대접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예전만 해도 뇌물이 얼마나 횡횡했던가? 예전엔 허가 하나 받으려고 해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뒷거래가 오가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나마 줄었다. 큰 것들이 있어서 그렇지 많이 줄었다. 



수업을 하다가 주의 집중을 못한다면, 그건 내 잘 못이다. 내가 재미없게 한 거니까. 그런데 시작도 하기 전에 집중하지 않는 건 그들의 잘 못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청중이 제대로 듣지 않으면 강의하지 않을 생각이다. 나를 제대로 대우해주는 곳에서만 일할 생각이다. 그게 사랑과 헌신을 요구하는 곳이 아니라면, 그게 당당한 일자리라면 계속 그럴 것이다. 나는 내 수업에서는 아예 통화를 금지한다. 소곤소곤 통화 조차도 금지시킨다. 수없이 들락 거려도 되니, 필요하면 나가서 통화하고 오라고 시작할 때 말한다.


이 사회도 부당한 대접받는 사람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 부당한 조치를 하는 핍박자들이 줄어들도록 자신이 처한 곳에서도 계속 행동했으면 좋겠다.

혀기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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