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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스 Oct 08. 2019

자전거를 타고 온 남자

살구꽃 반지의 여자

         







 “나 다음 주 목요일에 결혼해!”

 그가 내게 말했다. 그것도 해맑게 웃으면서 내게 청첩장을 건넸다.

 “바쁘겠지만 와 줄 거지?”

 내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왜냐고? 저 사람 내 남친이거든.


 연속극에서 본 것처럼 벌떡 일어나 앞에 있는 커피를 끼얹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었다. 손발이 덜덜 떨리지도 않았다. 흩날리는 커튼 사이로 햇살이 너무 밝아서 그런가! 잠시 미간만 찌푸렸을 뿐이다. 가을 햇살이 원목 테이블 갈라진 틈에 짙은 명암을 드리웠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결혼이라니... 오빠!”

 “아~ 그게 말이지? 여자 친구가 임신했거든.”

 민망하다는 듯 그는 소리 없이 웃음을 토했다. 내가 사랑하던 구부러진 그 머리칼이 어깨 반동에 맞춰 미세하게 떨렸다. 그동안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있었다는 것도 충격인데, 이제 몇 개월 후면 아빠가 된다니! 온몸의 핏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차도 하나 장만했어. 애 키우려면 꼭 필요하다 그러더라.

 그의 시선을 따라 창문 밖을 내다보니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하얀색 SUV가 보였다.      

 “오빠! 지금 장난하는 거죠? 몰카 찍는 거죠? 그렇죠?”

 “아니... 진짜 저거 내 거 맞는데.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그는 지독하리만큼 메마른 눈빛으로 내게 되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망이질하는 가슴은  빨리 말하라며 다그쳤지만.. 하지만 난 입 밖으로 한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 차라리 이별이라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차라리 내가 싫어졌다고 말했으면 덜 아팠을 텐데... 그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그는 이젠 더 이상 내가 사랑했던 모습의 그가 아니라는 거.     


 그는 결혼 안 할 줄 알았는데..

 그는 애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그는 평생 저런 흰색 SUV 안 탈 거라 생각했는데...   







 2년 전이었어. 병원에서 퇴원하고 앞으로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유일한 내 친구, 다혜가 자전거 동호회를 소개해줬어.

 “머리가 아플 땐 운동이 최고야!”

 좋은 생각이었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 같았으니까.   

 동호회에 들어간 첫날, 난 다혜의 보라색 자전거를 빌렸지. 우리는 출발 장소에서 모여 서로를 소개했어. 어떤 사람은 카본 자전거 타고 왔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자기 꺼가 독일에서 직구한 초경량 모델이라며 으스대더라. 그렇게 다들 자신의 값비싼 자전거와 액세서리 자랑하고 있을 때였어. 저 멀리서 누군가가 제일 늦게 나타나더라.

 “여기가 자전거 동호회 <솔 라이딩> 맞죠?”

고개를 돌리니 서울시 따릉이를 타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어.




 “그거 타고 오신 거예요?”

 “왜요? 이것도 자전거잖아요. 안 되나요?”

 배시시 웃으면서 그는 그렇게 말했어. 다들 의아하다 못해 불편해하는 눈빛이었지만 아무도 뭐라 말하지 못했어. 그렇게 우리는 함께 라이딩을 했어. 따릉이가 잘도 따라오더라. 값비싼 자전거 몇 대를 제치기도 했어. 따르릉 소리가 튀어서 그런가! 자꾸 그에게 눈길이 가더라. 야물진 표정으로 그는 생긋 미소를 지었어


그렇게 몇 시간 동안 같이 자전거 타고 헤어지는 길, 나는 호기심에 그에게 물어봤어.

 “다음에도 그거 타고 오실 거예요?”

 “그럼요! 굳이 사야 하나요?”

 그는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어. 그랬어. 그는 세상에 자기 소유의 물건을 남기길 싫어하는 남자더라. 어차피 인생이란 거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니냐며... 자기는 아침 이슬처럼 살다 조용히 떠나고 싶다고 말했어. 신기하더라. 그의 철학이. 들으면 들을수록 자꾸 나도 모르게 설득당하는 느낌이었어.


 “그럼 저는 이제 가볼게요. 다음에 봐요! 주영 씨!”

그리고 그는 서둘러 반납하러 가야 한다며 어둠 속을 질주하며 무리를 빠져나갔어.

 “다혜야! 저 오빠 36살이래. 방부제 엄청 먹었나 봐. 완전 어려 보이지?”

 “그래. 저런 궁상 앞에서는 있던 난자도 증발할 듯”

 다혜가 퉁명스레 답하더라. 기지배~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반짝 거리는 자전거 미등을 보며 가슴 한 켠이 조금씩 밝아지는 걸 느꼈어.


 그렇게 호기심을 가지고 그의 주변을 맴돌던 어느 봄날, 자전축이 무너진 듯 그가 내게 다가왔어.  

 “주영 씨! 길에서 주웠는데 이거 한번 해볼래요?”

 그러면서 그는 살구꽃 꽃잎 몇 개 실에 꿰어 반지처럼 만들어서 내 손가락에 끼워주더라.

 “오빠! 무소유라면서요.”

 “이건 언젠가는 썩잖아요. 그래서 흔적이 안 남죠.”

 그렇게 라면 건더기만 가득하던 내 연애세포에 그가 뜨거운 물을 부었어. 쪼글쪼글하던 심장 면발이 통통하게 살이 오르기 시작하더라.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어.      

 



 그 후 몇 주 지나서 나는 그의 원룸에 들어갔어. 방에 들어가 보니 집이 정말 휑하더라. 어느 날 갑자기 죽어도 여기 누가 살았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였어. 사진은커녕 중고교 시절 졸업앨범도 없고, 공부깨나 했던 사람이 상장도 많이 받았을 텐데 그런 것도 하나 없었어. 혹시 고향집에 놔두고 왔나 싶었지.

 “오빠! 집에 두고 온 거예? 짐이 많아서?”

 “아니~ 여기 없는 건 집에도 없어.”

 “졸업장도 없어?”

 “태워버렸어. 남겨둘 필요 뭐 있나?”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더라. 그런 소중한 것도 안 남아 있다는 게 너무 의아했어. 앞으로 우리 관계는 어떻게 될까? 문득 불안해지더라. 우리 관계도 역시 조금씩 조금씩 달이 저물 듯이 사라지고 있는 걸까? 내 눈빛을 읽었는지 그가 입을 열었어.


 “프란츠 카프카는 임종 시에 자신의 육필원고를 모조리 태워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했고, 애덤 스미스는 미발표 원고를 없애 달라했대. 법정스님도 마찬가지야. 살아생전 말 빚을 너무 많이 졌다며 자기 모든 걸 지워달라고 했대. 나는 그분들처럼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분들처럼 살고 싶어.”

 그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어.






 “무소유라면서요? 프란츠 카프카나 애덤 스미스처럼 살고 싶다면서요?”

 “그래. 그러고 싶었지.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잖아. 현실에 타협해야지.”

 내 앞에 있는 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보고 있으니 위산이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난 뭐예요? 나 가지고 논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연인이잖아요. 2년 넘게 사랑했잖아요.”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봤다. 순간 그의 검은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당황스러운 건가? 아님 당혹스러운 건가?     


 “우리가 연인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왜 모르는 척해요? 같이 영화 보고 술 마시고 또 오빠 원룸에서 밤새도록 사랑을 나눴잖아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그는 주위 눈치를 살피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낯을 가린다기보다 값을 매기는 듯한 눈빛이었다.

 “증거 있어?”

 “그건 오빠가 증거를 안 남기니까... 사진 찍는 것도 싫어하고 연애편지 남기는 것도 싫어하니까.”     

 그랬다. 어떤 연인들은 헤어지고 나면 곳곳에 남아 있는 추억을 지울까 말까 고민하느라 몇 날 며칠 아파한다는데... 그는 우리가 당장 헤어져도 그런 고민 따위 할 필요 없는 남자였다. 카톡은 그날그날 지워버렸고 기념일마다 내가 준 선물도 보란 듯이 잃어버렸다. 그 흔한 커플 티, 커플 반지, 커플 사진 하나 없는 게... 우리의 지난 2년의 현주소였다. 그때 느꼈다.

 ‘이러려고 내게 접근한 건가! 계획적으로 아무런 증거 안 남기고.’

 알고 보니 이런 남자였다니... 척해도 독특한 척해도  결국 다른 남자들이랑 다를 바 없다니... 지독한 배신감이 느껴지더라.       


   



 “주영아! 이러지 말고 우리 차근차근하게...”

 “더 이상 날 사랑하지 않은 거죠? 그래서 이렇게 날 힘들게 하는 거죠? 날 사랑한다고 나밖에 없다고 내 귀에 속삭였잖아요. 매번 매 순간을 진공 포장해서 평생 간직하고 싶다고 나한테 말했잖아요.”

 눈물이 뿌옇게 앞을 가렸다. 내 오목한 두 손안에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 잔이 느껴졌다. 그때 그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날 빤히 보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주영아! 요즘 약은 잘 챙겨 먹고 다니니?”

 “갑자기.... 그 말을 왜 해요?”

 “잘 생각해봐. 우리는 좋은 오빠 동생 사이고 단 한 번도 사귄 적은 없었어. 정말이야. 네 기억이 잘 못된 거야.”

 기억의 착란... 몇 년 전 머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던 순간을 그는 끄집어냈다. 그래! 그때는 과대망상증에 시달렸었다. 세상이 모두 내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착각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분명 아니야! 아니라고!!’

 세상 참 치졸하더라.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자기한테만 말했던 비밀인데 그걸 이렇게 끄집어내다니...     


 “너 아직도 날 좋아하는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그는 손을 뻗어 내게 내민 청첩장을 다시 가져갔다. 내가 그의 목에 걸린 가시라도 된 건가! 말은 안 했지만 분명 그런 눈빛이었다.

 “날 미친년 취급하지 말아요. 오빠야 말로 거짓말하지 마요. 우리는 분명 사귀었다고요.”

 나는 비명에 가깝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는 서둘러 내 입을 막았다. 그게 더 실망스러웠다. 언제부터 주위 사람들 눈치를 그렇게 봤던가!

 “미안해.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또 말 빚을 너무 많이 졌네. 하지만 정말이야!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내 마음이... 내 몸이 증거예요.”

 “그건 증거가 될 수 없어.”

 “그래요. 그럼 오빠 원룸으로 가요. 거기서 오빠가 그렇게 원하는 증거 내가 보여줄게요.”     



 내키지 않아 하는 그와 함께 그의 원룸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내가 앞장섰다. 수십 번도 아니 수백 번도 와본 길이기에... 연인이 아니라면 절대로 모르는 길이기에... 그가 버튼을 누르자 내가 현관문을 열고 욕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래! 봐봐! 혼자 사는 집에 칫솔이 2개 왜 있어요?"

 "그게 니 꺼야?"

  뭐지? 저기 저 보라색 칫솔은 내 게 아니었다. 어.. 떻게 된 거지? 역시 치밀한 사람이었어. 내가 올 줄 알고 미리.

 “주영아! 이러지 좀 마. 제발.” 뒤에서 그가 짜증을 냈다.

 “아! 맞다. 그거 찾으면 되겠네.”

 며칠 전 스타킹 한 짝이 올이 나간 채 침대 아래로 떨어진 적 있었다. 거길 확인해보면 분명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나올 거야! 나는 침대를 들어 바닥을 확인했다. 무겁긴 했지만 눈에 보이는 게 없으니 힘이 들진 않았다.

 

 


 “오빠! 여기 봐봐요.”

 “뭘 보라는 거야?”

 하지만 거기엔 먼지 가득한 동전과 볼펜 따위 것들만 있을 뿐... 내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어! 이럴 리가 없는데... 어떻게 된 거지?      

 “됐니? 이제 이러지 마.”

 “진짜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였어요. 내가 미친 게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대답 대신 그는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아! 맞다. 그러면 되겠네.”

 나는 서둘러 다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다혜라면 믿어줄 거야.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그가 내게 얼마나 다정했는지... 늘 다혜에게 시시콜콜한 이야기 하나하나 다 털어놓았으니 분명 내 이야기가 맞는다고 해줄 거야! 오랜 신호음 끝에 그 애 목소리가 들렸다.

  “주영. 왜?”

  “다혜야! 내가 말했지. 요 며칠 오빠랑 나 사이 소원해진 것 같다고... 근데 알고 보니 오빠가 예전부터 바람피우고 있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결혼하고 또 애도 생겼데. 어떻게 오빠가 그럴 수 있지?”

나는 수화기에 대고 울먹거렸다.

  “아니 그건 나도 오빠한테 들었어. 근데 말이야? 둘이 언제 사귀었었어?”

  “어?”

  “오빠랑 너랑 둘이 사귀었다며? 처음 듣는 소리인데...”

  “무슨 소리야! 사귄 지 2년이 넘었는데.”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랜 침묵이 우리를 찾아왔다. 그 애는 쉽게 말을 꺼내지 않았다. 수화기 너머 깊은 한숨만이 우리의 정적을 채웠다.      


 “주영아! 너 마지막 상담 언제 받았어?”

 나는 그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혜가 날 믿지 않아서 그런가! 아니면 내가 날 믿을 수 없어서 그런가! 핸드폰 너머로 다급한 그 애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너 또 재발했구나! 주영아! 주영아! 내 말 들려?”

 나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어서 전원을 꺼버렸다. 어떻게 된 거지?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더니 갑자기 헛구역질이 나오기 시작했다. 옆에서 그가 내게 다가왔다.      

 “주영아!”

 “오빠! 우리 정말 사랑했던 사이 아니에요? 정말로요?”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연민을 쥐어짜는 눈빛으로.

 “주영아! 이제 그만 현실로 돌아 가.”

 가을 하늘에 한숨 띄우듯 그는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입술을 보면서 내 안에 있던 조개껍데기가 단단히 입을 닫았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 가을 햇살이 유달리 밝았다. 콘크리트 빌딩 숲 사이 하늘이 청색 물감 뿌린 마냥 유난히 높고 파랗더라. 길 위의 마른 낙엽이 가을 찬바람에 사락사락 흩날렸다. 올 가을은 은행이며 단풍이며 제대로 느껴볼 새 없이 지나가버렸다.      


 ‘정말 그런 건가! 나만의 착각이었나? 나만의 과대망상이었나?’


 갑자기 슬퍼졌다. 그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여기 있는데... 그를 사랑했던 기억도 여기 있는데... 이게 다 진짜가 아니라니! 그를 잃어버린 것보다 내 지난 감정에 빚 진 느낌이라 더 슬프더라. 심장에 추를 달 수 있으면 저 강물 아래로 풍덩 떨어트려버리고 싶었다.


 내 볼에 닿던 그의 숨은 이렇게 생생한데...

 내 머리칼을 쓰다듬던 그의 감촉은 여전한데...      


  혹시나 해서 그의 흔적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핸드폰 앨범에는 자전거 동호회 단체사진만 있을 뿐 그와 나, 단 둘이 찍은 사진은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카톡도 문자도 그리고 일정표에도 우리의 이름은 없었다. 문득 그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이제 곧 결혼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그와 익숙한 얼굴의 여자가 보라색 꽃을 맞잡은 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그런 거였구나. 하하하~ 역시. 나만 지우면 돼! 나만 아파하고 도처에 흩뿌려진 추억.. 아니 망상만 지우면 되는 거야!’


 차창에 반사된 내 얼굴을 보니 눈초리에서 관자놀이까지 눈물 자욱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누가 보는 게 싫어 얼른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그때였다. 버스 옆으로 따릉이 한 대가 지나가는 게 보였다.

 '오빠구나! 날 보러 와 줬구나!'

 나도 모르게 창문을 열고 타고 있는 이의 얼굴을 확인하게 되더라.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그를 닮은 다른 남자였다.      


 차창 틈 사이로 불어오는 선선한 강바람 때문일까?

핸드폰 줄 끝에 코팅된 살구꽃 꽃잎이 빛을 토하며  달랑거렸다.               





제 친구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단편소설  써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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